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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세계 유일 명지대 바둑학과 존폐위기… 소란 속 ‘폐지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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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학과 학생회장 “문 걸어잠그고 처리”

바둑학과 폐지를 골자로 하는 명지대·명지전문대 통합안이 소란 속에 일단 통과됐다. 9일 명지전문대 세미나실에서 열린 제5차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에서다. 하지만 통추위원 41명 중 통합 동의서에 서명한 위원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회의는 40분 만에 끝났다.

이날 회의는 당초 명지대 인문 캠퍼스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건물 앞에서 바둑학과·철학과 학생 60여 명이 피켓 시위를 계속하며 진입을 막자 장소를 명지전문대로 이동, 비공개로 진행했다. 옮기는 과정에서 대치 상태가 계속되면서 경찰차 5대가 출동하고 학생 3~4명이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영훈 바둑학과 학생회장은 “회의를 막으려고 왔는데 학교 측은 장소를 바꾸고, 문을 걸어잠근 뒤 통합안을 처리했다. 우리의 의견을 묵살해 화가 난다”고 말했다.

통추위는 이날 열린 5차 회의를 끝으로 역할을 마치고 양 대학 통합안을 교무위원회에 넘기게 된다. 교무위를 통과하면 대학평의회와 법인 이사회를 거쳐 교육부에 통합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절차가 마무리된다. 교육부 심의를 통과하면 2024년, 승인이 지연될 경우엔 2025년부터 통합 명지대가 출범한다. 명지대 측은 지난 4월 재정난으로 회생 절차가 시작되면서 명지대와 명지전문대 통합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번 통합안이 명지대 측의 뜻대로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속단하기 힘들다. 바둑학과 관계자는 “교육부 등 요로에 이번 결정의 부당함을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초·유일의 바둑학과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국내외 여론이 학교 측으로선 큰 부담이다. 이날까지 한국 프로기사협회 327명을 비롯 대한바둑협회, 여성바둑연맹, 대학바둑연맹 소속 10개대 바둑 동아리 등 3000명 가까운 숫자가 바둑학과 폐지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해외 바둑인들도 적극적이다. 토머스 울프 캐나다 브록(Brock)대 교수는 SNS에서 “각 대학은 그 학문의 중심이 될 만한 학과를 필요로 하는데 명지대야말로 소중한 자원”이라고 했다. 9일부터는 세계 최정상권인 커제 9단 등 중국 기사와 관계자 500여 명도 동조 서명을 시작했다.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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