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 대전 시티즌 시절 황인범의 유니폼을 입고 선 한석진씨. 본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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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월드컵이 20일(현지시각) 개막했다. 〈한겨레〉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면서 이들에게 보내는 팬과 가족의 응원 편지를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황인범 선수의 첫 월드컵을 앞두고 응원 편지를 쓰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17년 차 대전하나시티즌 팬 한석진입니다.
2015년 대전 유니폼을 입은 뒤로 줄곧 당신의 활약과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처음 K리그에서 우리들 앞에 모습을 보였던 7년 전이 생각납니다. 충남기계공고를 갓 졸업한 유망주가 쟁쟁한 베테랑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펼쳐 보인 패기 넘치는 플레이에 감탄했습니다. ‘어떻게 저런 선수가 우리 팀에 왔을까.’ 놀라우면서도 의아하고, 의아하면서도 입꼬리가 치솟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대전의 성적(최하위 강등)과는 다르게 저의 2015시즌 유니폼에는 ‘황인범’이라는 이름 석 자가 그렇게, 새겨졌습니다.
아산 무궁화에서 군 복무 중이던 당신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갔습니다. 많은 축구팬의 관심이 손흥민(토트넘)에게 쏠렸던 대회지만, 몇몇 대전 팬들의 시선은 중원을 향했습니다. ‘우리 유스’ 출신 선수를 지켜보는 뿌듯함, 그리고 ‘(금메달을 따서 전역하면) 대전으로 조금 일찍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안고 경기를 봤습니다. 황의조의 골 폭격, 조현우의 슈퍼세이브, 이승우의 극장골 등 숱한 볼거리 중에서도, 당신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명품 플레이로 금메달 사냥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예정보다 일찍 팀으로 돌아온 당신에게 그해 9월 첫 A대표팀 발탁이라는 큰 선물이 찾아왔습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마지막 독일전 승리의 꿈을 뒤로하고 4년 뒤 첫발을 떼는 벤투호 태동기였습니다. 7살부터 대전의 팬으로 살아왔던 저에게, 당신은 대전 소속으로 태극마크를 단 첫 번째 선수였습니다. 첫 태극마크도 감격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A매치 데뷔골(2018년 10월16일 파나마전)마저 터졌습니다. 오른발 중거리포가 골문 구석에 꽂힌 뒤 화면에 뜬 ‘대전 시티즌 황인범’이라는 자막은 추억 속에 담겨 있습니다.
성장세는 가팔라 대전이 품기에는 너무 큰 선수가 되었고, 피할 수 없는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도 대전 걱정을 한 당신의 친정 사랑은 대전 팬들의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북미(밴쿠버 화이트캡스), 러시아(루빈 카잔), 한국(FC서울), 그리고 그리스(올림피아코스)를 넘나드는 일정 속에서도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2019년 동아시안컵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순간부터 대표팀 중원의 축이 되었죠. 우리들의 믿음과 응원이 보답 받은 듯한 그 시간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황 선수의 축구는 대전 팬에게 큰 축복과 같습니다. 국외 진출 이후에도 대전 경기가 있는 날이면 구단 소셜서비스에 나타나는 당신의 모습은 팬심의 원동력이었죠. 첫 월드컵을 앞둔 지금, 대전 팬들이 응원으로 보답할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가장 떨리겠지만, 팬들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역량과 투지를 그라운드 위에서 쏟아낼 수만 있다면 월드컵에서도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는 것을.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의 내로라하는 미드필더들을 상대로 다시 한 번 가치를 증명해내길, 누구보다 큰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꿈의 클럽’이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 유럽 빅클럽에서 뛰는 모습은 대전 팬들에게 큰 기쁨이 될 겁니다. 여태 해왔던 대로, 한 계단 한 계단 뛰어넘다 보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 무대를 호령하는 황인범을, 그렇게 한 뒤 당당하게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금의환향하는 황인범을 보는 그 날까지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한석진(24·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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