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한국프로골프협회가 24일 제5차 상벌위원회를 소집했다. 주요 안건은 포어 캐디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김한별에 대한 징계 건이었다. 이와 함께 눈에 띄는 재심 건이 하나 있었다. 지난 6월 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 ‘알까기’를 한 선수에 대한 재심이었다. 상벌위는 당초 부정행위의 위중함을 고려해 해당 선수에 대해 자격정지 5년에 벌금 5000만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에서 이를 반려해 이날 재심이 이뤄졌다.
결과는 원안 그대로였다. 강범석 상벌위원장을 포함해 8명의 상벌위원 전원이 자격정지 5년에 벌금 5000만원의 징계안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 징계안은 다시 이사회로 상정된다. 이에 따라 '알까기'를 한 선수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는 이사회에서 결정하게 됐다. 상벌위원회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징계 수위를 낮춰달라는 외압이 여러 곳에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특히 실세로 불리는 H 부회장은 여러 차례 상벌위원들에게 압력을 넣어 문제가 됐다.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재심이 열리기 전 H 부회장과 통화를 했다. 상벌위원장과의 통화를 부인하지 않은 그 인사는 “해당 선수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사정을 알려줬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알까기를 한 선수는 H 부회장이 추천해 부산 대회에 나온 선수였다.
후배를 아끼는 마음으로 출전 기회를 열어주고 징계 수위를 낮추도록 애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회원 자격일 때 용인될 수 있다. 협회 부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벌위원회의 독립성을 지키는데 힘써야 한다. 사법부 역할을 하는 상벌위원회가 공평무사한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외압을 막아내는 역할을 해야 했다.
H 부회장에게 질문을 했다. 국내 남녀프로골프투어에서 부정행위가 많아지고 있다. 일벌백계해 부정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대 쪽에선 개개인의 사정을 감안해 정상 참작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H 부회장은 “부정행위는 당연히 근절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상벌위원회에 정상 참작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모순적인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다.
KPGA 코리안투어는 요즘 협회 출범이후 가장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미국무대에서 활동중인 임성재와 김주형, 이경훈, 김시우 등 젊은 선수들 덕이다. 이들의 활약으로 남자골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세계무대를 제패한 여자선수들의 활약으로 르네상스를 연 KLPGA투어를 벤치마킹해 이런 발전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골프 대회를 후원하려는 기업들은 상식적이고 투명한 협회 운영을 바란다. 그래야 믿고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의 논리에 의해 고무줄 잣대가 적용되는 조직과 함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신있는 판결을 한 KPGA 상벌위원회에서 희망을 본다. 다시 한번 그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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