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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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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는데 '기본' 안지키는 캐롯...KBL은 '친구' 아니다[김동영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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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데이원스포츠 허재 사장이 25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캐롯 점퍼스 창단식에서 구단기를 흔들어 보이고 있다. 고양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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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리베라호텔(청담동)] 데이원스포츠 농구단 고양 캐롯이 시작부터 걱정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KBL 구성원이 되기 위해 기본으로 해야 할 가입비 납부가 안 됐다. 5억원이 없어 차일피일 날짜를 미뤘다가 최후통첩을 받았다. 무언가 쉽게 생각한 모양새다. 절대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KBL은 11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캐롯의 가입비 미납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오는 13일 낮 12시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리그 참가를 불허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초강경 대응이다. 같은 날 2022~2023시즌 개막 미디어데이가 11시에 열렸다.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하는데 비교적 무거운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개막이 정말 코앞이다. 오는 15일 새 시즌이 열린다. 여차하면 캐롯 없이 시즌을 치를 수도 있게 됐다. 그러면 이미 나온 일정을 모두 엎어야 한다.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KBL은 강경하다. 캐롯에 끌려갈 생각도, 의사도 없다.

KBL 관계자는 “과거 일부 구단들이 힘들 때 KBL 차원에서 지원을 해준 적이 있기는 하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예전처럼 어영부영 시간만 흐르다 KBL이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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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원스포츠 허재 대표가 8월25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캐롯 점퍼스’ 창단식에서 창단포부를 발표하고 있다. 고양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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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롯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김성헌 사무국장은 “회사로 들어가 회의를 진행한다. 리그에 참가하는데 이상이 없도록 준비하겠다. 어쨌든 가입비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자금이 들어와야 집행을 한다. 들어올 자금이 늦어졌다. 연간 60~80억원을 쓴다. 5억원은 큰 부분이 아니다. 꼭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단하다. 가입비 15억원 가운데 1차 납부분 5억원을 기한에 맞춰서 내면 된다. 애초에 9월30일까지 납부하겠다고 했다. 1차분 5억원을 내고, 내년 3월에 나머지 10억원을 낸다. KBL의 결정이 아니다. 캐롯이 그렇게 정했다. 이것이 차일피일 밀렸다. 4일까지 낸다고 했다가, 다시 7일이 됐다. 끝내 7일에도 들어온 돈은 없다.

다시 늦춰달라고 했다. 아예 10월말까지 미뤄달라는 요청을 했다. 여기서 KBL이 단칼에 끊었다. KBL 관계자는 “10월말이 됐는데 다시 11월로 미뤄달라고 하면 어쩔 것인가. 정해진 대로 가면 된다. 제때 납부를 하고, 시즌에 돌입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냉정하게 보면, 오는 13일 낮 12시까지로 다시 미뤄줬다.

캐롯 측이 쉽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자면, 친구 사이에 돈을 빌려줄 경우, 갚을 시기가 됐을 때 ‘좀 봐주라. 나 못 믿느냐’고 시일을 미루기도 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캐롯과 KBL은 친구 사이가 아니다. ‘나를 믿고 연기해달라’고 할 일이 아니다.

나아가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다. 구단과 기관의 일이다. 내기로 했으면 내면 된다. 난데없이 ‘밀당’을 하고 있다.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경우 더 믿지 못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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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원스포츠 박노하 경영총괄 대표가 지난 7월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데이원 창단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서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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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롯은 처음 오리온을 인수하던 시점부터 허재 대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농구대통령’의 인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허재 대표가 출연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창단식도 찍어서 갔다.

문제는 허재 대표만 등장한다는 점이다. 캐롯의 운영주체인 데이원스포츠는 허재 단독 대표 체제가 아니다. 허 대표는 스포츠총괄 대표다. 재정적인 부분은 박노하 경영총괄 대표가 따로 있다. 그는 지난 7월 창단 기자 간담회에서 “파이낸셜 플랜을 앞으로 4년까지 잡아놨다. 안정적이라고 본다. 코트 밖에서 일은 내가, 코트 안에서 일은 허재 대표가 총괄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정작 가입금 미납 사태가 터지자 박노하 대표는 뒤로 숨었다. 허재 대표만 바쁘다. 앞서 지난 8월 창단식 당시에도 허 대표가 “나중에 보면 좋은 구단이고, 튼튼한 구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켜봐달라. 다른 구단보다 더 대우도 잘해줄 수 있다. 우려하지 말라”고 설명했다.

시작부터 ‘무엇을’, ‘어떻게’가 없었다. 이제는 ‘언제’까지 모호하다. 네이밍 스폰서를 구하는 등 의욕적으로 움직였다. 이제는 5억원조차 없는 듯하다. 신뢰를 스스로 깎고 있다. 이대로는 무엇도 믿을 수 없다. 정말 캐롯이 ‘나 믿고 기다려봐, 꼭 낼게’ 같은 스탠스라면 생각 단단히 잘못하고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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