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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학폭 논란'의 불씨, 또 두산이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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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고려대"까지만 불렀는데도, 장내가 순간 술렁였다. 그 뒤에 불릴 선수의 이름을 모두가 직감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두산 베어스가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지명한 고려대 투수 김유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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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1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전체 19순위로 고려대 투수 김유성(21)을 지명했다. 최근 두산 소속 투수 이영하가 학교폭력(학폭) 논란으로 검찰에 기소된 점을 고려하면, 두산의 선택은 더 예상 밖이었다.

김유성은 2020년 김해고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모교의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이끈 고고야구 최고 유망주 중 하나였다. 연고 구단 NC 다이노스는 그해 8월, 김유성을 다음 시즌 신인으로 1차 지명했다. 그러나 1차 지명 발표 직후, 구단 소셜미디어(SNS)와 야구 커뮤니티에 "김유성이 중학교 시절 후배를 괴롭혀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바로 그 후배 학생의 어머니였다.

NC는 자체 조사 결과, 김유성이 내동중 시절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출석정지 5일 조치를 받았고, 이듬해 창원지방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이 내려진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화해가 성사되지 않아 김유성은 20시간의 심리치료 수강, 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NC 구단은 일단 "선수가 징계를 모두 소화했고,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며 김유성을 감쌌다. 그러나 피해자 어머니가 재차 김유성과 그의 부모, NC 구단의 대처를 비난하자 여론은 NC를 등졌다. 결국 NC는 사흘 만에 김유성의 지명 철회를 공식화했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김유성에게 1년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NC가 지명을 포기한 뒤 김유성은 자동으로 신인 2차드래프트 대상자가 됐지만, 그해 2차 10라운드 지명이 모두 끝날 때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KBO는 이후 리그 규약에 '신인선수는 신인 드래프트 참가 신청서(소속학교 재학 중 받았던 징계, 부상 이력 기입) 제출시 학교폭력 관련 서약서와 생활기록부 등 KBO가 요구하는 자료를 함께 제출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또 '허위로 작성하여 제출한 신인선수에게는 선수계약 여부에 따라 지명 무효와 또는 참가활동 정지, 실격처분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지명 또는 계약이 무효화될 경우 구단은 다음 연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동일 라운드 종료 후 추가 보상 지명을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른바 '김유성법'으로 불리는 조항이다.

김유성은 이후 고려대로 진학했다. 협회 징계로 1년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가 올해 마운드에 복귀해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1년간 어깨를 쓰지 않고 충분히 휴식한 덕에 "기량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속은 시속 155㎞까지 올라왔고, 슬라이더를 비롯한 변화구 완성도도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김유성은 올해 신인 지명부터 '얼리 드래프트'가 시작되는 특수도 누렸다. 프로에 가지 않고 대학에 진학한 선수가 4년을 다 채우지 않아도 2학년부터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2년 전보다 더 강해진 김유성은 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를 냈고, 다시 한번 프로의 문을 두드렸다.

많은 구단이 김유성의 지명을 놓고 깊은 고민을 했다. "같은 문제로 세 차례 징계를 받은 만큼 이제는 지명해도 된다"는 의견과 "학폭 전력이 있는 선수에게 너무 일찍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 맞섰다.

다만 최근 이영하와 김대현(LG 트윈스)의 학폭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김유성 지명에 부담을 느끼는 구단이 더 많아졌다. 실제로 2라운드에서 두산보다 먼저 지명 기회를 잡은 NC와 한화 이글스,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SSG 랜더스, 키움 히어로즈, LG, 삼성 라이온즈는 '즉시 전력감'으로 꼽히는 김유성을 선택하지 않았다.

결국 두산이 논란의 불씨가 담긴 폭탄을 품었다. 2라운드 지명 차례 전까지 김유성의 이름이 불리지 않자 한 차례 '타임'을 불렀고, 2분 간의 논의 끝에 지명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고민이 많았다. 선수가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한다. 일단 선수를 만나서 과거사를 확인한 뒤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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