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러 쓴 모자 챙 아래로 눈물을 닦고 있는 타이거 우즈.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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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 첫 홀 우즈의 잘 친 티샷이 디봇에 들어간 걸 발견했을 때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1번 홀 깃발은 스윌컨 개울 바로 뒤에 아슬아슬하게 꽂혀 있었다. 매우 정교한 샷을 쳐야 한다.
2015년 이곳에서 열린 디 오픈 첫 홀 개울에 볼을 빠뜨리고 얼굴을 찡그리던 우즈의 모습이 다시 연상됐다.
나쁜 예감대로 우즈는 볼을 물에 빠뜨렸고 더블보기로 경기를 시작했다.
우즈는 지난 14일 골프의 고향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개막한 150회 기념 디오픈에서 우승하기를 간절히 원했다.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재활하면서 이 대회만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우즈는 2라운드 17번 홀까지 9오버파로 컷 탈락이 확정됐다. 그가 약간 다리를 절며 18번 홀 스윌컨 개울 돌다리에 다가서자 관중석에서 환호와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모자를 들어 답례한 후 우즈는 이전보다 모자를 더 깊숙이 눌러 썼다. 우즈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려 했겠지만, 모자 아래로 흐르는 눈물을 닦는 모습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는 울컥거리면서 칩샷을 했다.
올드 코스 18번 홀 스윌컨 개울은 진지한 골퍼들에겐 특별한 의미다. 개울을 건너기 전엔 너른 땅인데 개울을 건너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황무지 비슷하다.
타이거 우즈가 스윌컨 다리에서 팬들의 박수에 모자를 벗어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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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세상, 피안과 차안의 경계 같은 곳이다. 개울을 다시 건너 올 때는 사랑하는 골프에 안녕을 고하는 의미다.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 톰 왓슨은 스윌컨 다리 위에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골프라는 영적인 스포츠는 올드 코스에서 시작됐고, 여기서 끝난다.
이번 대회 우즈는 옷을 따뜻하게 입었다. 두꺼운 바지와 긴 팔 셔츠, 얇고 두꺼운 조끼를 겹쳐 입었다. 넥워머도 걸쳤다. 날이 쌀쌀하긴 했지만 반소매만 입은 젊은 선수도 많았다. 해가 나 기온이 확 올라간 이후에도 우즈는 한동안 옷을 벗지 않았다.
그만큼 몸이 아프다. 우즈는 허리와 무릎 수술을 다섯 번씩 했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인한 수술로 금속 조각들이 그의 오른쪽 다리에 박혀 있다.
그 몸으로 우즈는 스키장 같은 오거스타 내셔널의 언덕길을 걸었고, 파도 치는 것처럼 울퉁불퉁한 올드코스의 페어웨이를 걸어야 했다.
“스윙이 아니라 걷는 게 힘들다”라고 했던 그는 원한다면 카트를 탈 수도 있었다. 전통을 중시하는 메이저대회지만 존 댈리 등은 부상을 이유로 카트를 탔다.
우즈는 훨씬 더 아팠고 신청했으면 허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즈는 그러지 않았다.
두꺼운 조끼 지퍼를 올려 입은 우즈는 속에 또 하나의 조끼를 입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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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는 22세때 마스터스에서 12타 차 우승했다. 2000년 US오픈에서는 15타,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 오픈에서는 8타 차 챔피언이 됐다.
2008년 US오픈에서는 무릎이 고장 난 상태로 연장 포함 91홀 간의 전투에서 승리했다.
이렇게 억척스럽게 강했던 이 사내가 눈물을 흘렸다. 그가 스윌컨 다리를 건널 때 해가 유난히 쨍쨍했는데, 올드코스에 평소처럼 우울한 구름이 꼈다면 차라리 나았을 터다.
우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는 자주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아닌데 눈물이 좀 났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기자도 모자를 좀 더 눌러써야 했다.
그는 또 “삶은 계속된다. 다들 이해할 것이다. 올해 경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내가 여기 있게끔 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세인트앤드루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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