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여긴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리는 디 오픈을 마지막 이정표로 여기는 듯하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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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선수가 우승을 딱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일까. 요즘 젊은 선수들은 대부분 마스터스를 얘기할 것이다.
타이거 우즈는 아니다. 그는 지난 4월 마스터스 마지막 라운드를 끝낸 후 향후 일정에 대한 질문을 받고 “(디 오픈이 열리는) 올해 세인트앤드루스에는 반드시 갈 것이다. 그 사이의 대회(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US오픈) 참가 여부는 모르겠다.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두 번 우승한 것이 가장 소중하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스”라고 말했다.
립서비스는커녕 면전에서 다른 대회가 가장 소중하다고 하니 자부심 강한 오거스타 내셔널 회원들의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을 것이다. US오픈과 PGA 챔피언십도 완전히 무시당했다. 영리한 우즈도 그걸 잘 알 텐데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후 우즈는 자신의 얘기대로 PGA 챔피언십에서는 기권했고, US오픈은 불참했다. 그는 “US오픈에 나가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다리가 아팠기 때문에 (US오픈에 출전했다가는 상태가 나빠져 디 오픈) 출전이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 US오픈에 나갈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디 오픈을 위해 몸을 아꼈다는 말이다.
타이거 우즈는 대회를 5일 앞둔 10일 올드코스에서 연습라운드를 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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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우즈는 아일랜드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에서 골프 성지에서 열리는 디 오픈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드러냈다. 그는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챔피언이 될 만큼 운이 좋았고 다시 플레이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했다.
물론 우즈는 운으로 우승한 건 아니다. 우즈는 올드 코스에서 매우 강했다. 디 오픈에서 3번 우승했는데 그중 두 번을 올드 코스에서 기록했다. 한 번은 8타 차, 한 번은 5타 차의 압승이었다.
우즈 최고의 퍼포먼스는 15타 차로 우승한 2000년 US오픈으로 꼽힌다. 그러나 예전 우즈의 캐디를 했던 스티브 윌리엄스는 “우즈는 메이저 21승을 목표로 했으며 2000년 우즈의 8타 차 디 오픈 우승이 우즈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올드 코스에 대한 우즈의 사랑으로 미루어 보면 그 말이 맞는 듯하다.
우즈가 올해 디 오픈에 유달리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이번이 올드코스에서의 마지막 기회라고 여긴다. 디 오픈은 여러 코스를 돌며 대회를 연다. 올드 코스는 일반적으로 5년에 한 번 차례가 돌아온다. 올해 세인트앤드루스 대회니 2027년쯤 다시 올드 코스로 돌아올 것이다.
우즈는 선수생활을 얼마나 더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모른다. 지난해 의사들은 모두 내가 경기를 다시 할 수 없을 거라고 얘기했지만 올해 두 번 메이저대회에 나가게 됐다. 지금 이 다리이든, 다른 사람 다리든, 의족이든 골프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챔피언십 수준이라면 내가 원하는 만큼 길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다시 올드코스에서 대회가 열릴 때 내가 높은 수준에서 경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 한 번만이라도 최고 수준에서 다시 경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골프의 성지라고 불리는 올드 코스에 다녀온 골퍼 중 일부는 향수를 느낀다. 올드 코스에 마음을 두고 왔다고 여긴다. 우즈도 그런 듯하다.
우즈는 자신이 가장 강했고, 좋아하는 올드코스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를 바란다. 늙고 몸이 아픈 황제의 간절한 기도다.
세인트앤드루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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