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입구의 간판.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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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이 열린 스코틀랜드 노스 버윅의 르네상스 클럽.
이언 폴터와 빌리 호셸이 좁은 통로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길을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두 선수는 어깨를 부딛히며 지나갔다.
호셸은 사우디 후원의 새 골프 투어 LIV에 참가한 선수들을 ‘위선자’라고 비난한 선수다.
LIV 선수인 폴터는 PGA 투어 및 DP 월드 투어(구 유러피언 투어)에서 대회 참가가 금지됐으나, 가처분 소송을 통해 제네시스 오픈에 참여했다.
두 선수의 어깨 충돌은 PGA 투어와 LIV 선수들 간의 갈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9일 LIV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PGA 투어가 반길 소식이 나왔다.
디 오픈 챔피언십을 주관하는 영국 세인트앤드루스의 R&A는 150회 기념 역대 우승자 만찬에 LIV 골프 CEO 그렉 노먼을 배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노먼은 디 오픈에서 두 차례 우승했다. R&A는 올해 노먼의 대회 특별 초청 요청도 거절한 바 있다. LIV에 대한 적대감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R&A가 디 오픈 출전권이 있는 LIV 선수들을 막지는 않았다. 디 오픈과 US오픈이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들을 막는다면 열린 대회라는 정체성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소송이 걸리면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R&A든 US오픈을 여는 USGA(미국골프협회)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고작해야 만찬 참가 금지 정도에 불과하다.
마스터스를 여는 오거스타 내셔널은 다르다.
마스터스의 전통 중 하나는 역대 우승자를 최고로 예우한다는 것이다.
LIV에서 뛰는 필 미켈슨(3승), 더스틴 존슨, 패트릭 리드, 샬 슈워젤,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마스터스 우승자들이다. 이들이 LIV로 간 이유 중 하나는 오거스타가 그린재킷을 입었던 선수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다. 오거스타는 웬만하면 그들을 지킬 것이다.
반면 오거스타는 클럽 정책에 대한 간섭을 매우 싫어한다. PGA투어는 1990년부터 차별 정책을 시행하는 클럽에서 대회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오거스타 내셔널은 들은 척도 안 하다 2012년에야 여성 회원을 받았다.
PGA 투어와 LIV의 갈등이 너무 심해지면 오거스타가 독자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오거스타는 원한다면 역대 마스터스 우승자의 참가를 막을 수도 있다. 마스터스는 기본적으로 초청 대회라 부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또한 어떠한 결정을 내려도 실행할 힘이 있다.
2019년 오거스타 내셔널은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만들었다. 여성 골프 발전 명목이었는데, 여자 골프 최고 투어인 LPGA 투어가 유탄을 맞았다.
같은 기간 열린 LPGA 메이저대회인 셰브런 챔피언십(당시 ANA 챔피언십)이 뿌리부터 흔들렸다. 최고 아마추어 선수가 오거스타 대회에 나갔고 방송사도 시청자도 오거스타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LPGA 투어와 일부 여성 골프계에서 비난했지만 오거스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셰브런은 결국 오거스타 아마추어 대회를 피해 내년부터 대회기간을 옮긴다.
2019년 당시 LPGA 커미셔너는 마이크 완이었다. 그때 그는 오거스타의 막강한 힘을 실감하고 “골프는 오거스타가 정한다”고 했다.
마이크 완은 현재 US오픈을 여는 미국골프협회(USGA) CEO가 됐다. 더 영향력이 큰 조직으로 옮겼지만 골프는 오거스타가 정한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PGA 투어와 LIV의 커미셔너인 제이 모나한, 그렉 노먼도 동의할 얘기다.
노스버윅(스코틀랜드)=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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