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프로배구 V리그

에이스도, 감독 리더십도 안보여… 女배구 10연패 참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브라질에 0대3 완패, 네이션스리그 최초로 全敗 불명예 위기

조선일보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만들어냈던 한국여자배구는 김연경 등 주전들이 대표팀에서 물러난 뒤 심각한 세대교체 진통을 겪고 있다. 1일까지 치른 네이션스리그 10경기에서 총 한 세트만 따내면서 모두 져 유일한 무승 팀으로 남아 있다. 지난달 15일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2주차 경기에서 김희진(31·IBK기업은행·오른쪽)이 블로킹에 실패한 뒤 공을 바라보는 모습. /국제배구연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1년 7월 마지막 날, 한국 여자 배구는 2시간 17분 5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대2(25-19 19-25 25-22 15-25 16-14)로 일본을 꺾고 도쿄 올림픽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022년 7월의 첫날, 한국은 2022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주차 2차전에서 브라질에 0대3(17-25 19-25 13-25)으로 완패, 대회 10연패를 당했다. 도쿄 올림픽 4강에 올랐던 여자 배구는 이제 승리하는 법을 잊은 지 오래다.

◇VNL 사상 첫 전패 불명예 눈앞

10전 전패라는 기록보다 아쉬운 것은 경기 내용이다. 10경기를 치르면서 대표팀은 8차전 상대였던 튀르키예(터키)를 상대로 첫 세트를 25-20으로 따낸 게 유일한 ‘승리’였다. 나머지 9경기에선 모두 무기력하게 셧아웃 패배(한 세트도 못 따고 0-3으로 지는 것)를 당했다. VNL 공식 홈페이지는 ‘VNL 결승이 다가온다’는 게시 글 막바지에 “한국은 승점 0점에 그치고 아직도 승리가 없는 유일한 팀”이라며 “VNL 결승 레이스에서 완전히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여자 대표팀은 세계 4위 이탈리아와 3위 중국 등 강호들과 두 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VNL 출범(2018년) 이후 전패로 대회를 마무리할 첫 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자 배구는 도쿄 올림픽 이후 ‘여제’ 김연경(34·흥국생명), 김수지(35·IBK 기업은행), 양효진(33·현대건설) 등이 함께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당시 한국을 이끌었던 스테파노 라바리니(43·이탈리아) 감독도 폴란드 사령탑으로 떠났다. 이후 라바리니 감독을 보좌했던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45·스페인) 수석코치가 감독으로 승격했다.

세사르 감독은 ‘평균 연령 25세’에 이르는 젊은 선수들을 발탁해 새롭게 팀을 꾸려 현재보다는 미래를 택했다.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작년 도쿄 올림픽 경험을 지닌 선수는 박정아(29·한국도로공사)·김희진(31·IBK기업은행)·염혜선(31·KGC인삼공사)·안혜진(24·GS칼텍스) 4명뿐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성장해야 할 정호영(21·KGC인삼공사), 이선우(20·KGC인삼공사), 박혜진(20·흥국생명) 등은 부상과 코로나 감염 등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 ‘원팀’ 이끌 리더십이 없다

한국 여자 배구는 김연경-양효진-김수지로 이어진 장신 군단이 네트 앞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량을 발휘하며 오랫동안 강호의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들을 대체할 유망주들이 아직 성장하지 못했다. 특히 김연경이 빠진 레프트 자리 공백이 가장 크다. 박정아와 함께 짝을 이뤘던 레프트 한 자리는 강소휘(25·GS칼텍스), 고예림(28·현대건설), 이한비(26·페퍼저축은행) 등이 메우고 있으나 리시브 불안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강소휘는 10경기 동안 70점을 따내며 팀 내 최다 득점을 했지만, 리시브가 여전히 불안정하다.

어린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할 리더십이 부족한 게 더 큰 문제다. 과거 대표팀은 김연경의 강력한 카리스마 아래 하나가 됐다. 김연경은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같은, 동료들을 휘어잡는 한마디로 대표팀이 열세를 뒤집는 자신감을 갖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대표팀엔 아직 그런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대표팀 최연장자는 황민경(32·현대건설), 주장은 박정아인데 아직은 선수단 전체를 이끌어 가는 것을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그런 부담감이 선수들 자신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사르 감독 역시 팀워크에 아직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 모습이다. 라바리니 현 폴란드 감독은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기 전 이탈리아와 브라질 등 세계 최정상급 리그에서 팀 우승을 이끌면서 선수들을 통솔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자연스럽게 획득했다. 그러나 세사르 감독은 한국팀을 맡기 전까지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 역할만 해왔고 국제 무대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낸 적이 없다.

이종경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세대교체를 원만하게 이끌려면 팀 분위기를 이끌어 갈 리더가 있어야 하고, 감독들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팀워크를 단단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강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