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예상 뚫고 리그 2위 순항…1위 SSG 2.5경기 차 추격
홍원기 감독 "에이스 안우진 활약 결정적…'할 수 있다' 자신감 붙어"
선발 투수 차례대로 휴가 보내며 후반기 순위 경쟁 대비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키움 홍원기 감독 |
(대구=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아시다시피 저희는 (5강 후보로) 전혀 거론도 안 됐습니다. 오히려 덕분에 편하게 상대랑 붙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죠."
키움 히어로즈의 돌풍을 이끄는 '선장' 홍원기(49) 감독은 시즌 반환점을 눈앞에 둔 지점까지 리그 2위를 질주하는 비결로 선수들의 자신감을 꼽았다.
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만난 홍 감독은 "개막 전 설문조사에 신경 안 쓴 지 몇 년 됐다"며 "말 그대로 평가일 뿐인데, 선수들이 그걸 뒤집고 있다"고 공을 돌렸다.
삼성과 주중 3연전 첫판까지 잡은 키움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40승(27패 1무) 고지를 밟은 것과 동시에 선두 SSG 랜더스와 격차를 2.5경기로 좁혔다.
스토브리그에서 프리에이전트(FA) 선수를 영입하기는커녕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박병호를 kt wiz로 떠나보내고, 주전 포수 박동원(KIA 타이거즈)까지 트레이드로 팀을 나간 가운데서도 낸 성과다.
홍 감독은 "개막에 앞서서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그 자리를 대신할 선수를 고려해도 다른 팀에 크게 안 밀린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큰 실수를 하거나 연패에 빠지지 않는다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었다"고 자신감을 숨기지는 않았다.
역투하는 키움 안우진 |
◇ "에이스 안우진이 결정적…선수단에 자신감 줬다"
키움이 순항하는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홍 감독이 짚은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미완의 대기에서 에이스로 도약한 안우진의 활약이다.
경기 막판까지 시속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앞세운 안우진은 7승 4패 평균자책점 2.44로 키움 마운드를 지탱한다.
홍 감독은 "제일 큰 건 1선발 안우진이 상대 1선발과 붙었을 때 어깨를 나란히 하고 버텨준 덕분에 다른 선수들에게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안우진은 홍 감독이 키움 지휘봉을 잡은 2021년부터 불펜에서 선발로 완전히 자리를 옮겼다.
홍 감독은 "신인 때부터 구위가 좋은 선수라 선발로 고정해야 한다는 데에 저와 구단의 의견이 일치했다"면서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작년 경험으로 도약했다"고 말했다.
키움은 리그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유망주의 천국이다.
고교 선수들이 가장 가고 싶은 팀으로 키움을 꼽을 정도로 젊은 선수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또 1군에서 기회를 잡는다.
주전 유격수로 도약한 김휘집(20), 1루수로 가능성을 보여주는 김수환(24), 왼손 필승조 김재웅(24), 우완 기대주 이명종(20)까지 젊은 선수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10개 구단의 선수 지도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현상은 좋은 선수를 잘 뽑은 프런트와 적재적소에 활용한 현장의 합작품이다.
홍 감독은 "선수가 빠져나가도 '나도 기회가 오겠다'며 오히려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목동구장 시절부터 이어진 분위기는 박병호와 김하성, 이정후까지 내려오면서 선수끼리 조언하는 팀 문화가 정착했다"고 진단했다.
요키시, 6이닝 호투 |
◇ 순서대로 휴가 떠나는 투수들…멀리 보는 키움
키움은 6월 시작과 동시에 에이스 안우진을 1군에서 말소했다.
몸이 불편하거나 구위가 떨어져서가 아니다. 멀쩡하게 잘 던지고 있어도, 멀리 보고 '초여름 휴가'를 준 것이다.
다음 휴가 순번인 외국인 에이스 에릭 요키시도 20일 1군에서 말소됐고,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타일러 애플러는 26일 등판 후 1군에서 빠질 예정이다.
또한 키움은 불펜투수 '혹사'가 가장 적은 팀으로 꼽힌다.
되도록 연투를 피하고, 휴식일로 지정한 날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마운드에 올리지 않는다.
한 명의 투수에게 1이닝을 온전히 맡기는 '책임 이닝제'도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나왔다.
홍 감독은 작년 후반기 한현희, 안우진, 제이크 브리검까지 선발 3명이 한꺼번에 빠진 경험을 한 뒤 "감독은 모든 변수를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키움은 일찌감치 후반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홍 감독은 "후반기 저희 팀이 지금처럼 레이스를 펼치려면 부상 방지를 위한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키움의 목표는 가을야구를 넘어 선두 도전이다.
홍 감독은 "시즌 시작 전에는 5월까지만 잘 버티면 될 거 같다고 봤는데, 정작 시즌 들어가니 숨 돌릴 틈이 없다"며 "야수 쪽 피로도가 쌓이는 건 걱정이지만, 부상을 방지하며 지금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박찬호 |
◇ '110승 감독' 홍원기 "찬호가 조만간 자기 124승 넘을 거 같다네요"
'황금 92학번' 출신인 홍 감독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는 초중고 동창이자 절친이다.
홍 감독이 지난달 29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역대 50번째 '통산 100승'을 달성하자, 박찬호는 '축 100승 야구인 박찬호'라는 문구와 함께 홍 감독에게 화분을 보냈다.
홍 감독은 "찬호가 조만간 자기 (MLB) 124승 넘을 거 같다고 하더라"며 "이제 야구보다는 골프에 관심이 많아서 얼굴 보기가 힘들다"며 웃었다.
마침 인터뷰를 진행한 21일 오후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두 번의 도전 끝에 발사에 성공한 날이었다.
키움 선수단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누리호가 이륙한 나로우주센터가 자리한 전남 고흥군에서 전지 훈련을 소화했다.
홍 감독은 "몇몇 선수들은 휴일에 우주센터를 다녀오기도 했다"며 "누리호 응원을 많이 했는데 성공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활짝 웃었다.
그의 눈빛에서 역경을 극복하고 우주로 향한 누리호의 좋은 기운을 '영웅 군단'에 가져오고 싶다는 마음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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