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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메르켈의 반성 “러의 우크라 침공, 내 마음을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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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재임 16년간 푸틴 60회 만나

연설문 출간 기념행사서 또 비판

자신의 과거 유화정책은 적극 변호

“유럽과 러시아 대립 해소위한 것”

“전쟁이란 거대한 비극 앞에서, 내가 임기 중 뭔가 놓친 게 없는지 매일 자문(自問)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7일(현지 시각) 자신의 연설문 모음집 출간을 기념해 열린 공개 대담 행사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은 것은 지난 1일 독일 노조 연맹 위원장 퇴임식 때 발언에 이어 두 번째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날 베를린의 ‘베를리너 앙상블’ 극장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야만적 행위”라며 “어떤 관점에서도 용서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침공은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자, 제2차 대전 후 유럽 역사의 심각한 단절을 초래한 사건”이라고 말한 지난 1일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비판이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2월 24일)은 내 개인적으로도 마음을 짓누르고 괴롭게 하는 전환점이 됐다”며 “내 임기 동안에 (전쟁을 막기 위해) 했어야 하는 일이 있는지 스스로 계속 묻게 된다”고도 말했다.

그는 16년 임기 동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60여 차례 만나 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유럽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러시아에 유화적 정책을 펼쳐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도 유럽은 개입 못 할 것”이라고 오판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 반대,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에 대한 비강경 대응,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자신의 과거 정책을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대한 것에 대해 “그때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려 했다면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전쟁과 같은) 엄청난 보복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우크라이나는 (부패한 정치인과) 신흥 재벌들이 지배하는 국가였기 때문에 당장 나토에 가입시키고 방어를 약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푸틴은 서방의 민주주의 모델을 싫어했고, 유럽연합(EU)을 파괴하고 싶어 했다”며 “(이로 인해) 구(舊)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와 냉전적 대립을 끝내기 위한 노력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정책은 러시아를 유럽 안보 체계에 끌어들여 튼튼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였으나, 이것이 뜻대로 안 된 것은 푸틴 탓이란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월 “2008년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반대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좌절됐고, 이것이 러시아에 (유럽이 우크라이나 편을 들지 않으리란) 잘못된 신호를 줬다”고 비판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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