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SK 텔레콤오픈 우승 트로피를 든 김주형. |
(제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김주형(20) 천하였다.
김주형은 2차례 우승과 상금왕, 대상, 평균타수 1위를 휩쓸었다.
만 19세의 나이에 김주형은 골프 팬들의 눈길을 KPGA 코리안투어로 끌어당긴 '1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올해 KPGA 코리안투어에서 김주형의 경기 모습을 보기 어렵다.
김주형이 이번 시즌 출전한 KPGA 코리안투어 대회는 지난 5월 GS 칼텍스 매경오픈 한 번뿐이다.
2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개막한 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총상금 13억원)에도 김주형은 출전하지 않았다.
올해 25회째를 맞은 SK텔레콤오픈은 우승자에게 4년 시드를 줄 만큼 KPGA 코리안투어에서는 비중 있는 대회다.
5년 시드를 주는 GS 칼텍스 매경오픈, KPGA 선수권, 한국오픈, 신한동해오픈에 이어 '준 메이저급'으로 꼽는다.
더구나 김주형은 작년 SK텔레콤오픈 챔피언이다.
김주형이 타이틀 방어를 포기한 이유는 같은 기간 아시아프로골프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잉글랜드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김주형의 SK텔레콤 오픈 타이틀 방어 포기는 논란이 됐다.
지금까지 KPGA 코리안투어에서 디펜딩 챔피언이 타이틀 방어를 포기하고 다른 투어 대회에 출전한 전례는 있었다.
2017년 SK텔레콤 오픈 우승자 최진호는 이듬해 유러피언프로골프투어에 진출, 타이틀 방어전에 나서지 않았다.
2013년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강성훈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느라 2014년 대회는 출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진호와 강성훈은 논란이 거의 없었다. 두 선수 모두 '더 큰 무대'로 나아가는 데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타이틀 스폰서 SK텔레콤과 현대해상도 흔쾌히 두 선수의 불참을 양해했다.
김주형의 불참이 논란이 된 것은 이런 '더 큰 무대'로 나아가기 위한 행보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 때문이다.
아시아프로골프투어는 KPGA 코리안투어와 비교해 '더 큰 무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골프투어는 상금 규모와 선수 수준이 KPGA 코리안투어와 비슷하다.
KPGA 코리안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낙방한 선수가 '대안'으로 아시아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해 합격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김주형 |
김주형은 PGA투어에 진출하려면 세계랭킹을 높여야 하기에 세계랭킹 포인트가 더 높은 아시아프로골프투어 대회를 나갈 수밖에 없다고 SK텔레콤 오픈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SK텔레콤 오픈 우승자가 받는 세계랭킹 포인트는 9점이다. 아시아프로골프투어 대회는 대개 12∼14점을 받는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크지는 않다.
PGA투어 대회 우승자는 60점 넘게 받는다.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프로골프투어) 우승자는 24점 안팎을 받는다.
26년 동안 SK텔레콤 오픈을 개최하면서 KPGA 코리안투어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한 SK텔레콤은 고작 3∼5점을 더 주는 아시아프로골프투어 대회에 나가려고 타이틀 방어를 포기한 김주형에게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최경주, 최나연 등 많은 한국 선수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고 앞으로도 더 큰 무대로 나아가려는 선수를 돕겠지만, 이번 김주형의 이번 불참은 작은 이익을 추구하느라 기대와 신뢰를 저버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서운함을 표시했다.
이번 SK텔레콤 오픈 출전이 20번째인 한국 골프의 '맏형'인 최경주(52)는 미국에서 뛰면서도 SK텔레콤 오픈에 거의 빠진 적이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선수가 눈앞의 이익에 매달리면, 롱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PGA 코리안투어 관계자는 "김주형은 프로 선수 경력을 아시아프로골프투어에서 시작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KPGA 코리안투어 선수가 아닌 아시아프로골프투어 선수로 보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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