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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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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가 K리거 잡네…이유 있는 기성용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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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FC 서울의 K리그 2라운드 경기 장면. 제대로 생육 되지 않은 누런 잔디 위에서 양 팀 선수들이 열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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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인천 원정을 갈 때면 부상과 경기 걱정을 하게 된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경기장 잔디 상태가 정말 좋지 않다. 선수들은 부상에 노출되고 경기력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 FC 서울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33)은 지난 26일 인천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K리그 2라운드 원정경기(1-1무)를 치른 뒤 SNS에 그라운드 상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날 기성용은 그라운드가 울퉁불퉁해 볼 컨트롤에 여러 차례 애를 먹었다. 그라운드를 강하게 걷어차는 동작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기성용은 지난 2020년 인천 원정경기 도중 잔디가 움푹 패인 부분에 걸려 넘어져 출전한지 17분 만에 무릎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이후 인천전용구장 그라운드 상태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꾸준히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또 한 번 작심 비판을 내놓은 건 부상 이후에도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 잔디 상태에 실망한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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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인천전 도중 부상을 당해 그라운드에 주저 앉은 기성용. [사진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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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팀 인천도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구단 관계자는 “2012년 개장 이후 잔디 상태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그라운드 주변 통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보수를 해도 잔디가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다”고 한숨 쉬었다. 비단 인천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른바 ‘논두렁 잔디’라 불리는 열악한 그라운드 컨디션은 K리그의 성장 발전을 저해하는 고질병으로 여겨져 왔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후와 잘 맞지 않는 잔디의 특성에서 근본적 원인을 찾는다. 흔히 ‘축구장 잔디’라 부르는 양잔디(켄터키블루그래스)는 표면이 부드럽고 생육이 빠르지만 고온다습한 여름,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가는 추운 겨울에 취약하다. 경기장 설계 당시 미관에 치중하느라 그라운드 일조량과 통풍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점, 대부분의 K리그 경기장이 부가 수입 창출을 위해 콘서트·종교집회·지자체 행사 등 다른 용도로 자주 사용되는 점도 문제다.

올 시즌의 경우 11월 개막하는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감안해 K리그 개막을 2월로 앞당긴 게 경기 환경이 일찌감치 나빠진 원인이다. 그라운드는 딱딱하고 잔디는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 선수들 사이에선 ‘부상주의보’가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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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전용구장 그라운드 컨디션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글을 남긴 기성용. [사진 기성용 인스타그램]




해결책은 적극적인 투자와 관리다. 축구계 관계자는 “골프장과 축구장은 같은 잔디를 쓴다”면서 “종목 특성상 잔디가 받는 스트레스 정도가 서로 다른 점을 감안하더라도, 무조건 기후 탓으로 돌리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골프의 경우 골프장경영협회가 잔디연구소를 공동 설립해 효율적인 잔디 관리 방법을 연구하고 공유한다. K리그는 매년 잔디 관리에 곤란을 겪으면서도 노하우를 축적하거나 공유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프로축구연맹이 각 구장의 잔디 관리 상태를 점검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린스타디움상’을 만들어 그라운드 관리에 적극적인 구단에 시상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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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에 참가한 FC 서울 미드필더 기성용. [사진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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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과 경기장 운영 주체의 의지도 중요하다. 지난해까지 ‘논두렁’이란 비난을 받던 FC서울 홈구장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인 그라운드 보수 작업을 진행해 재개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천연잔디 사이사이에 국제축구연맹(FIFA) 인증을 받은 인조잔디를 섞어 배치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변화를 시도했다. 이에 앞서 여러 품종의 잔디를 경기장 인근에 심어 생육 상태를 꾸준히 관찰하며 ‘한국형 잔디’를 찾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FC서울 관계자는 “오는 19일 김천상무와 올 시즌 첫 홈경기를 앞두고 완벽한 그라운드 상태를 선보이기 위해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라면서 “강풍기와 채광기 등 잔디 생육에 도움 되는 장비도 갖췄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노력이 K리그에 새로운 표준이 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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