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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골프 향한 제네시스 ‘배려의 럭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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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퍼시픽 팰리세이즈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퍼트하는 샘 번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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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열던 현대차가 2017년 대회를 로스앤젤레스(LA)로 옮긴 건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큰 시장과 명문 리비에라 골프장, 100년 가까운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LA에 있는 타이거 우즈 자선 재단과 협약을 맺었다. 우즈는 대회의 호스트가 됐다. 우즈가 개최하기에 선수들은 꼭 참가해야 하는, 관중은 꼭 봐야 하는 대회가 됐다.

PGA 투어는 지난해 제네시스 오픈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로 격상했다. 일반 대회 우승자는 2년 출전권을 주지만, 인비테이셔널 급 대회는 3년을 준다. 출전 선수 선정 등 대회의 재량권도 더 크다.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타이거 우즈에게만 허용된 대회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은 PGA 투어에서 손꼽히는 대회이며 타이틀 스폰서의 가치도 따라 올랐다.

제네시스가 또 한 번 히트를 쳤다. 내년부터 제네시스는 유럽 투어 스코티시 오픈의 타이틀 스폰서가 된다. 스코티시 오픈은 메이저대회인 디 오픈 일주일 전에 열린다. 미국 PGA 투어에서 뛰던 특급 선수 일부가 날씨, 시차 적응을 위해 초청 형식으로 참가하곤 했다. 내년 대회는 PGA 투어와 유러피언 투어의 첫 공동 주관 대회다. 유럽 상위권 선수와 PGA 투어의 상위권 선수 대부분이 참가하는 메이저급 대회가 된다.

게다가 내년은 디 오픈 150주년이다. 골프의 고향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다. 그 전초전 격인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 대한 관심도 매우 클 것이다. 제네시스는 미국과 유럽의 알짜 대회 두 개를 후원하는데, 때마침 세계적으로 골프 인기가 올라 골프 마케팅이 더 돋보이게 됐다.

제네시스는 운이 좋았나.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017년 스폰서 입장에서 LA 대회가 대단히 매력적인 건 아니었다. 우즈는 사생활 문제의 여운도 남았고, 무엇보다 허리 부상이 심각해 은퇴 수순이었기 때문이다. 대도시 대회여서 비용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목표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통 큰 결정을 내렸다”고 회고했다.

2018년 재기한 우즈는 2019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올해 초 우즈의 교통사고가 났는데 제네시스 차량의 안정성 덕에 목숨을 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전화위복이었다. 장 사장은 “그동안 우즈와 진정성 있게 대화했다. 그의 재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의미 있게 생각한다. 교통사고를 딛고 또다시 영웅 신화를 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효과 좋은 대회를 잘 고르는 제네시스가 왜 인기가 적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대회를 열까. 장재훈 사장은 “5년 전 한국 남자 골프가 여자 골프에 뒤져 후원을 시작했다. 당시 국가 대표 선수들이 이번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경쟁을 해 기쁘다”며 “제네시스는 남을 배격하고 혼자만 좋은 걸 챙기는 차가운 럭셔리가 아니라 배려와 포용의 럭셔리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캐디복에 선수 이름뿐 아니라 조력자인 캐디 이름도 달고, 선수가 홀인원을 하면 캐디에게도 차를 주는 것은 함께 가자는 뜻이다. 최고의 제품뿐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가치, 스토리를 줘야 한다. 럭셔리의 정점은 사람 마음”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30여년간 후원하면서 한국 양궁의 전설을 만들어냈다. 장 사장은 “양궁은 점수 등의 객관적 공정성과 더불어 코치의 배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면도 중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었다. 골프에서도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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