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타율이 단 한 차례도 3할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는 강백호였다. 한 때 4할이 넘나드는 타율로 새 역사를 쓸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부풀리게 했던 타자다.
하지만 9월 들어 강백호는 크게 곤두박질 쳤다. 월간 타율이 0.250에 그쳤다.
강백호가 9월 들어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지며 타격왕 경쟁에서 이정후에 추월을 허용했다. 4할을 꿈꾸던 타자가 어느새 0.350대로 타율이 떨어졌다. 사진=천정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보통 타자였다면 그러려니 하며 넘어갈 수 있는 성적이었다. 강백호는 다르다. 강백호이기에 0.250의 타율은 '추락'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었다.
압도적으로 앞서 있어 거의 확정된 듯 느껴졌던 타격왕 경쟁에서도 이정후(0.363)에 한참 밀린 0.354의 타율을 기록하게 됐다. 이정후에게 추월을 허용한 것이다.
도대체 9월의 강백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정후의 9월과 비교해 보면 그 답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의 도움으로 이정후와 강백호의 9월 성적을 비교해 봤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정후는 일단 9월 들어 패스트볼에서 빼어난 성적을 보였다. 상대가 패스트볼로 공략 해 온 비율은 51%였는데 그 중 0.500의 패스트볼 공략 타율을 보였다.
이정후가 특히 더 신경을 쓰고 있는 OPS도 패스트볼을 공략했을 때 무려 1.192나 됐다.
특히 체인지업에 장기를 보였는데 우투수가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떨어트리는 체인지업에 타율 0.455의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줬다. 우투수를 상대로 강세를 보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강백호도 패스트볼 공략 타율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정후에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패스트볼 타율이 0.324를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 모두 높게 형성 됐지만 패스트볼을 안타로 만드는 확률이 이정후 보다 떨어졌다.
문제는 체인지업이었다. 강백호는 체인지업 공략 타율이 0.083에 불과했다.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은 주로 우투수들이 던지는 구종인 만큼 강백호가 비율이 높은 우투수를 상대로 약세를 보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보다 많이 상대하게 되는 우타자에게 치명적 약점을 드러내며 어려움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패스트볼의 구속별 대응력에서도 두 타자는 차이를 보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졍후는 패스트볼의 구속을 가리지 않고 잘 쳤다. 특히 광속구 계열로 분류되는 145km 이상의 빠른 공에 타율이 0,583이나 됐다. 힘으로는 9월의 이정후를 압도할 수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인 패스트볼 타율이 높아진 것도 145km이상의 빠른 공에 대한 대처가 잘 이뤄졌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반면 강백호는 140km가 넘는 패스트볼에는 큰 약점을 보였다. 140~145km 구간에서 타율이 0.174에 불과했다. 145km 이상의 빠른 공에도 0.200의 낮은 타율을 기록했다. 패스트볼이 140km만 넘겨도 강백호의 방망이가 제대로 따라오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정도 구속을 갖춘 투수라면 9월의 강백호에게 과감하게 빠른 공 승부를 들어가도 통할 확률이 높았다. 빠른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크게 떨어지며 강백호의 성적도 곤두박질 쳤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바깥쪽 유인구에서도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이정후는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스플리터에 대해 0.417의 빼어난 타율을 보였다. 상대가 마음 먹고 던진 유인구에 거의 속지 않았음을 뜻한다.
실제로 이정후의 바깥쪽 유인구에 대한 헛 스윙율은 11%에 불과했다. 좋은 선구안을 통해 유인구에 속지 않았고 존으로 몰려 들어오는 실투는 놓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강백호는 바깥쪽 유인구에 뚜렷한 약점을 보였다. 바깥쪽 유인구 타율이 0.133에 불과했다. 반면 헛 스윙율은 27%로 높았다. 이정후의 두 배 이상 많이 속았음을 알 수 있다.
9월의 강백호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빠른 공으로 윽박지른 뒤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로 유인하면 강백호를 잡아낼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 투수에겐 여러가지 선택지를 택할 수 있는 여유를 준 셈이다.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은 "오프스피드 계열의 경우 좌타자를 상대로 우투수가 많이 던져 우투수 상대로 맞춰 분석한 결과 바깥쪽 하단 공략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우투수들이 두 선수를 상대할 때 동일하게 스트라이크 바깥쪽 하단으로 주로 체인지업과 스플리터를 던졌는데 (이정후-64%, 강백호-79%) 이정후는 이 코스에서 4할 이상의 타격감을 보여준 반면 강백호는 0.133의 저조한 타격을 보였다"고 두 타자의 성적 차이가 난 이유를 분석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