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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이젠 동료 위해 눈물 흘리는 매킬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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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로리 매킬로이(사진 가장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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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27일 라이더컵 싱글 매치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동료들을 위해 내가 더 잘해야 했다”라면서다.

이날 유럽은 미국 위스콘신 주 휘슬링스트레이츠 골프장에서 끝난 라이더컵에서 미국에 9-19로 졌다. 10점 차이는 라이더컵이 영국·아일랜드-미국에서, 유럽-미국의 대결로 바뀐 1979년 이후 최다 점수 차다.

매킬로이는 팀 매치에서 3전 전패였다. 그래서 유럽의 간판인 그가 처음으로 한 매치에서 벤치를 지키는 수모도 겪었다. 매킬로이는 마지막 날 싱글 매치에서만 이겼다.

눈시울을 붉히면서 매킬로이는 “내 개인 성적 때문에 운 적은 없었다. 예전에 내가 이 대회에 대해 너무 순진하고 멍청한 말을 한 적은 있지만 대회에 나올수록 라이더컵이 골프에서 가장 큰 이벤트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멍청한 말’은 “라이더컵은 이벤트 대회에 불과하니, 메이저 대회 같은 공식 대회에서 우승하는 개인적인 성취가 더 중요하다”였다. 20대 초반 혈기가 넘칠 때 그랬다.

라이더컵에는 상금이 없다. 꼭 돈이 아니라도 타이거 우즈를 따라잡으려던 그에겐 거추장스러운 ‘(비공식) 이벤트’였던 듯하다.

매킬로이는 솔직하다. 설화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디 오픈에서 나쁜 성적을 낸 후 “디 오픈은 날씨 때문에 불공정한 대회이고, 이 대회 하나를 위해서 내 경기 방식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후엔 “올림픽에 골프가 들어가는 게 이상하다. 올림픽 기간 골프가 아니라 육상, 수영 등 전통적인 올림픽 종목 경기를 시청하겠다”고 했다. 올림픽에서는 비인기 종목이 주목받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주위를 둘러보지 못한 발언이었다.

그가 프로가 되어 경기와 관련해 울었던 적이 한 번 더 있었다. 그는 2017년 영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프로 첫해인 2008년 유러피언 투어 3연속 컷 탈락을 당한 후 한국의 호텔 방에서 한참 동안 펑펑 울었다”고 했다. 제주에서 열린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그는 공동 83위에 그쳤다. 성적보다는 어린 나이에 홀로 투어를 다니면서 향수병 탓에 울었다고 했다.

이번 라이더컵에서 그는 외로움이 아니라 동료애에 울었다. 그는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고, 존 람이 간판선수로 도약하고, 가장 친한 쉐인 라우리가 라이더컵에 데뷔하는 모습이 뭉클했다”고 했다.

제주에서 펑펑 울던 10대 천재 매킬로이는 이제 32세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얻었다. 이번 라이더컵 성적이 나빴지만 그는 승자인 것 같다.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 공동체의 자부심을 위해, 우리를 위해 싸우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아낸 것 같아서다. 그러고 보니 매킬로이에게도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보인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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