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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경문식 ‘고집의 야구’, 이러다 동메달도 못 건진다 [MK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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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의 고집스런 팀 운영에 한국 야구는 동메달도 못 건질 위기다.

한국 야구의 올림픽 2연패는 물 건너갔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8월 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의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미국과 패자 준결승에서 2-7로 참패했다. 결승행이 좌절된 대표팀은 이제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을 두고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13년 전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정상에 올랐던 한국 야구의 2연패는 이제 달성할 수 없는 미션이 돼버렸다. 금메달을 딸 당시 대표팀을 이끈 이가 바로 김경문 감독이다. 한국 야구는 김 감독의 지도력에 또 한 번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매일경제

"2020 도쿄 올림픽" 대한민국과 미국의 야구 준결승 경기가 5일 일본 요코하마 야구장에서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이 2-7로 패했다. 김경문 감독이 패배에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일본 요코하마)=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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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3년 전 멤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대표팀 구성이다. 도쿄올림픽이 열리기 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으로 대표팀에 뽑혔던 박민우(28·NC), 한현희(28·키움)가 낙마했다. 소집부터 대표팀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김경문 감독은 박민우와 한현희 대신 오승환(39·삼성)과 김진욱(19·롯데)을 선발했다. 대체 선수 선발부터 말이 많았다. 오승환과 김진욱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마무리를 맡은 오승환은 오프닝라운드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부터 블론세이브를 범했고 김진욱은 사실상 패전처리로만 등판했다. 2루수인 박민우가 낙마했지만, 내야수를 보강하지 않았고, 주포지션인 황재균(34·kt)이 2루수로 나서기도 했다. 2루수 자원인 최주환(33·SSG)은 햄스트링이 좋지 않아 대타로만 활용했다. 뭔가 타선은 짜임새가 헐거웠다.

가장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되고, 그리고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선발로 출전한다. 이게 모두가 공감하는 ‘원칙’이다. 선수 선발 및 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이에 마땅한 ‘막중한 책임’을 감독에 물을 수밖에 없다.

특히 결승행의 분수령이었던 4일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전에서는 김 감독의 투수 운영에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2-2였던 8회말 올라온 고우석(23·LG)이 2사 만루 위기를 만들었음에도 그대로 밀어붙였다고 일본 야마다 데쓰토에 싹쓸이 2루타를 맞고 2-5로 경기를 내준 장면 말이다.

결과론이긴 해도 2사 만루에서 이번 대회 등판이 상대적으로 적은 마무리 오승환을 기용하며 흐름을 끊을 수 있었다. 한 야구인은 “고우석을 왜 안바꿔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제구가 좋지 않고, 윽박지르는 직구로 위기를 탈출하려는 고우석으로 계속 끌고간 결과가 참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국전도 마찬가지였다. 6회말 투수 5명을 내고도 5실점하며 1-2에서 1-7이 됐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결정적인 장면은 이번 대회 8일 동안 5경기에 등판한 조상우(27·키움)가 무너진 것이다. 거의 매경기에 출석 도장을 찍은 셈이니 천하의 조상우라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전날(4일) 일본전에서 아꼈던 오승환은 2-7로 뒤진 8회말 2사 후에 등판했다. 가장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2-2에서 아껴서 2-7에서 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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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 대한민국과 미국의 야구 준결승 경기가 5일 일본 요코하마 야구장에서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이 2-7로 패했다. 양의지가 9회초 2사에서 아웃 당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일본 요코하마)=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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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호의 경직된 선수 운영은 이미 2년 전인 2019 프리미어12에서도 나왔던 우려였다. 단기전에서는 때로는 변칙적인 전술이나 임기응변이 필요한데, 김경문 감독의 야구는 한마디로 ‘고집야구’였다. 그리고 우려대로 도쿄올림픽에서 현실이 됐다.

이제 동메달결정전을 통해서 메달을 노릴 기회가 남아있지만, 객관적으로 쉽지 않다. 7일 오후 12시에 열리는 동메달결정전에 도미니카공화국은 이틀 쉬고 나서고, 한국은 하루 휴식 후 나선다. 선수들이 지친 상황이라 하루 휴식으로 재충전이 될지는 모른다. 오히려 도미니카공화국이 유리하다.

또 지난 1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한국은 1-3으로 끌려다니다가 가까스로 4-3 역전승을 거둔 적이 있다. 험난한 경기였고, 만만치 않은 상대다. 한국으로서는 운이 따랐다.

다시 운이 따른다는 보장이 없고, 더 큰 문제는 김경문 감독의 운영이다. ‘단기전에 약하다’는 꼬리표가 김 감독도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동메달이라도 건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고집스런 운영이 계속된다면, 빈 손 귀국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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