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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강재민 언터처블 슬라이더, 그 속에 담긴 비밀[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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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필승조의 핵심인 강재민(24)은 투 피치 유형 투수다.

패스트볼이 전체 투구수의 52%를 차지하고 있고 슬라이더를 44.7%나 던진다. 체인지업과 투심 패스트볼을 아주 가끔 보여주기 용으로만 활용한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볼 배합만으로도 강재민은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슬라이더가 언터처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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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민의 슬라이더에는 특별함이 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투 피치 유형이면서도 위력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비결이다. 사진=MK스포츠 DB


강재민은 4일 현재 34경기에 등판해 2승무패, 3세이브, 8홀드, 평균 자책점 1.04를 찍고 있다.

WHIP가 1.04에 불과하고 피안타율도 0.182에 그치고 있다. 던지는 공이 뻔한 투수의 공을 왜 그리 못치는 것일까.

그 속엔 강재민 슬라이더의 비밀이 담겨 있다. 그 비밀을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의 도움을 받아 분석해 봤다.

강재민의 슬라이더는 특별함을 갖고 있다. 리그 최고 수준의 슬라이더를 뛰어 넘는 위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슬라이더 구종 가치 1위는 삼성 김대우였다. 다른 기록들이 빼어났던 것은 아니지만 슬라이더에 대해서는 첫 손 꼽히는 투구를 했다.

그런 김대우의 슬라이더와 강재민의 슬라이더를 비교해 보면 강재민이 얼마나 위력적인 슬라이더를 던지는지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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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민의 슬라이더는 일단 엄청난 회전수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변화구의 회전수가 높으면 변화구의 변화하는 각도가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슬라이더 구종 가치 1위였던 김대우가 슬라이더 회전수 2571rpm을 기록했다.

강재민은 여기서 무려 300rpm 가까이 더 많은 회전수를 기록하고 있다. 강재민의 올 시즌 슬라이더 회전수는 2849rpm이나 된다. 회전수 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음을 뜻한다.

땅볼을 유도하는 비율은 김대우만 못했다. 김대우의 슬라이더 땅볼 유도율은 38%였지만 강재민은 24%에 그쳤다. 24%도 사실 높은 수치다. 김대우에 미치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강재민의 슬라이더는 제대로 치기 어려운 볼이다. 헛스윙 비율이 이를 나타내준다.

강재민의 슬라이더는 헛스윙 하는 비율이 무려 22%나 된다. 반면 김대우의 슬라이더는 13%에 불과했다. 강재민이 압도적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타자 A는 "강재민의 슬라이더는 타자 앞에서 변화가 심하다. 뻔히 보이는데 스윙을 하고 나면 배트에 맞지 않는다. 타자 앞에서 변하는 폭과 스피드는 단연 최고다"라고 말했다.

불펜 투수는 주로 주자가 있을 때 마운드에 오른다. 땅볼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타자의 배트를 빗나갈 수 있는 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단 배트에 공이 맞아 나가면 뭔가 일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변수까지 차단하는 것이 헛스윙 비율이다. 강재민의 슬라이더는 회전 폭이 크기 때문에 타자들의 방망이를 쉽게 이끌어 내고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피칭맵을 설명할 때 다시 이야기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

강재민의 슬라이더는 쳐도 좋은 타구를 만들지 못했다. 타자들의 스윗 스팟을 잘 빗겨 나갔기 때문이다.

김대우의 슬라이더는 강한 타구 비율이 47%나 됐다. 하지만 강재민은 22%로 틀어 막았다. 강재민의 슬라이더를 배트에 맞추더라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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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민의 슬라이더는 느릴 수록 좋은 결과를 냈다. 패스트볼이 아주 빠른 속도는 아니기 때문에 그와 속도 차이를 내려면 더욱 느리게 던지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125km 미만의 스피드에선 0.148의 낮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이는 김대우도 마찬가지였다. 두 투수 모두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기 때문에 슬라이더로 구속 차를 주며 막아내는 것이 필요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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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SDE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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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더 피칭 맵을 살펴보면 구종 가치 1위인 김대우 보다 강재민의 슬라이더가 더 위력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강재민의 슬라이더는 일단 낙폭이 컸다.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낮은 존에 공이 떨어지며 헛 스윙을 많이 유도해 냈다.

좌타자를 상대로도 자신있게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는 배경이었다. 좌타자의 발목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는 좌타자의 헛스윙을 끌어 내는데도 큰 힘이 됐다.

반면 김대우의 슬라이더는 옆으로 움직임이 컸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기는 하지만 떨어지는 궤적을 그리지는 못했다. 어떻게든 타자의 방망이에 걸릴 확률이 높았음을 뜻한다.

그러나 강재민의 슬라이더는 낮게 떨어지는 궤적을 그리며 헛스윙을 많이 유도해냈다.

백 도어 슬라이더도 자유 자재로 구사했다. 홈 플레이트를 기준으로 오른쪽 스트라이크 존에 많은 점이 찍혀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재민이 우타자 몸쪽에서 몸쪽으로, 좌타자 바깥쪽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원하는대로 던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타자 바깥쪽으로만 떨어지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몸쪽으로도 파고들어 꺾여 들어가는 백도어 슬라이더의 위력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 공들이 보더 라인에 걸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적지 않은 스트라이크 콜도 이끌어낸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강재민의 슬라이더는 큰 각도와 함께 예측 불허의 위치로 떨어지는 위력을 갖고 있었다. 그가 빠르지 않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투 피치 만으로도 리그를 호령할 수 있는 이유다.

이 슬라이더가 계속 살아 있는 한, 강재민은 국내 톱 클래스 불펜 투수의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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