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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국대 유격수' 오지환 탄생, 류지현 감독의 9년 전 선견지명 있었다 [MK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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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로는 안 된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혹독하게 가르친 게 헛되지 않았다.”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31)은 지난 16일 발표된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후 3년 만에 또 한 번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로 다음달 일본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오지환의 ‘김경문호’ 승선은 예견된 일이었다. 올 시즌 타격에서는 타율 0.234 2홈런 22타점으로 주춤하지만 수비만큼은 10개 구단 유격수 중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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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오른쪽) LG 트윈스 감독과 오지환. 사진=김재현 기자


김경문(63)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이번에 선발된 투수들의 경험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야 수비가 조금 더 견실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오지환이 현재 타율은 낮지만 가장 수비를 잘한다고 보고 있다. 코칭스태프 논의 과정에서 이 부분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오지환을 치켜세웠다.

류지현(50) LG 감독은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로 성장한 오지환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17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입단 당시 비슷한 평가를 받던 내야수들보다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오지환의 프로 초창기 시절을 되돌아봤다.

류 감독은 2012 시즌을 앞두고 당시 김기태(52) 신임 감독을 보좌할 1군 수비코치 보직을 맡아 프로 4년차를 맞이한 오지환을 본격적으로 지도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작전/주루 파트를 담당했기 때문에 오지환이 주전 유격수로 뛰기 시작한 2010 시즌, 2011 시즌에 경우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류 감독은 “2012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지환이 유격수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는 코치들도 있었다”며 “실책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포지션 변경을 내부적으로 고민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류 감독의 말처럼 오지환은 프로 커리어 초창기 ‘오지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승부처 때마다 잦은 수비 실책으로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송구 능력은 누구나 인정했지만 수비력 자체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오지환의 포지션 변경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오지환이 유격수가 아닌 다른 자리로 옮길 경우 다시 적응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수비코치로서 오지환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의견을 냈다.

오지환도 현역 시절 ‘명유격수’였던 류 감독을 수비코치로 만나면서 하나씩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갔다. 류 감독은 오지환이 특히 강한 어깨를 믿고 풋워크를 소홀히 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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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에 선발된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 사진=MK스포츠 DB


류 감독은 “오지환이 내색한 적은 없지만 내가 지겹게 느껴졌을 때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 정도로 혹독하게 기본기를 강조했다. 좋지 않은 습관들을 서서히 바꿔 나갔고 발전 속도도 굉장히 빨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지환은 지금 송구의 강약 조절도 편안하게 하고 타구를 잡는 과정에서 하체를 많이 사용하는 유형의 선수가 됐다”며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송구 동작에서 한 발을 더 쓴다. 포구도 정지된 상태가 아닌 움직이면서 한다. 이런 부분들이 결합돼 불규칙 바운드가 오더라도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류 감독은 그러면서 “유격수로는 안 된다고 했던 오지환이 현재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모습을 보면 그때 힘들었던 시간이 헛되지 않은 것 같다”며 “지도자가 선수를 쉽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새삼 다시 느꼈다”고 덧붙였다.

[고척(서울)=김지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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