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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이번 주말 ‘무지개 언덕’을 꼭 봐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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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개막 한국여자오픈 대회장

설계자가 시로 자찬했던 골프장

모기업 어려움에 퍼블릭 되기도

유관중 대회라면 만나기 어려워

중앙일보

한국 최고 골프장을 지향하는 레인보우 힐스. 퍼블릭 전환 후 코스가 망가졌지만, 올해 90% 이상 복원해 한국여자오픈을 유치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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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동부그룹은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 만든 레인보우 힐스 골프장 회원권을 8억~10억원에 분양했다. 최고 분양가였는데 다 팔렸다. 동부그룹은 나인브릿지 등을 뛰어넘는 한국 최고 골프장을 만들려 했다. 유명 골프장 설계자 로버트 트렌트 존스에게 “설계자 의견을 100% 존중하겠다. 필요하면 산도 헐고 계곡도 메워주겠다”고 설득했다. 존스가 골짜기를 메워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자연이 준 캔버스에 그 아름다운 비밀을 드러낼 코스를 만든다는 게 존스의 철학이다.

레인보우 힐스는 경기와 충북의 도계를 이루는 수레의산(679m) 기슭 87만평에 들어섰다.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라 숲이 깊다. 자연을 그대로 살려 정형화된 틀이 없고 개성이 뚜렷하다. 각 홀이 독립되어 있어 아늑하고 인공 구조물이 보이지 않는다. 레인보우 힐스라는 이름은 코스에서 보는 노을이 예쁘고, 무지개처럼 여러 클럽을 사용하는 다채로운 코스라는 뜻에서 지었다. 클럽하우스도 웅장하다. 미국산 사암을 항공편으로 들여오기도 했다. 존스는 시인이기도 하다. 레인보우 힐스가 마음에 들어 처음으로 골프장에 대한 시를 썼다.

‘페어웨이 굽이쳐 흐르고 / 시냇물 바위를 어르고 / 산은 탑처럼 우뚝한데 / 벙커는 놓아주지 않으려 하네 / (중략) / 그 길들여지지 않을 코스를 영원히 사랑하리’.

존스는 예일대 재학 당시 골프팀에서 활약했다. 선수 출신이다 보니 그가 설계한 골프장은 쉽지 않다. 오르막 내리막이 많고, 퍼어웨이에도 평지가 별로 없다. 그린은 작고 경사가 많다. 무릎까지 오는 러프도 길렀다. 개장하자 너무 어렵다는 불평이 많았다.

17일 레인보우 힐스에서 막을 올린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친 장하나는 “러프가 길고 그린 경사가 많다. 첫 홀부터 마지막 홀까지 긴장을 풀 수 없는 코스다. 해저드가 많아 레이크 코스 같은데, 다음 홀에 가면 엄청 오르막이 있어 마운틴 코스다. 각 홀이 개성 있어 마치 다른 골프장에서 치는 느낌이다. 바람도 일정하지 않다. 비 온 뒤 그린이 부드러워 오늘은 언더파를 쳤지만, 좋은 스코어로 우승하긴 어려운 코스”라고 평했다.

동부그룹은 2015년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골프장도 법정관리를 받았다. 이후 퍼블릭으로 전환해 많은 손님을 받다 보니 코스상태가 이전 같지 않았다. 한국 최고로 태어난 골프장이 허름한 옷을 입은 꼴이다. 동부그룹은 DB그룹으로 이름을 바꿨고 안정을 찾았다. 한국 여자대회 중 최고인 한국여자오픈을 무지개 언덕에 유치했다. 올해 들어 내장객을 줄여 코스를 보호했고, 연못 등 조경 공사도 다시 했다. 이 회사 이상헌 차장은 “90% 정도 복원했다”고 전했다.

코스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고 홀 사이 간격도 길어 출전 선수들도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만약 내년 한국여자오픈대회가 유관중으로 열릴 경우 이 코스에서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올해가 무지개 언덕을 볼 기회다.

음성=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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