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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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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金 농구성지' 부산과 인천에 男프로농구단 없다...상처 받은 팬심 어쩌나 [서정환의 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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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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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출범 후 24년이 지난 프로농구가 아직도 연고지 정착에 진통을 겪고 있다.

KBL은 9일 임시총회에서 한국가스공사의 신규가입을 승인했다. 인천 전자랜드를 인수한 한국가스공사는 다음 시즌부터 대구에서 홈경기를 개최할 전망이다. 아울러 KBL 이사회에서 KT의 연고지를 부산에서 수원으로 이전하는 것을 최종 승인했다. KT는 다음 시즌부터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홈경기를 갖는다.

한 시즌만에 프로농구 연고지가 두 팀이나 변경됐다. 이번 결정으로 1997년 프로농구 원년 출범부터 팬들을 맞았던 부산과 인천이 연고지에서 삭제됐다. 2011년 오리온이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긴 후 10년 간 프로팀이 없었던 대구는 강산이 한 번 바뀐 후 한국가스공사를 품게 됐다. 원년부터 24년간 연고지 변경없이 유지되는 구단은 안양, 원주 뿐이다.

97년 출범당시 프로농구는 수도권 세 팀(수원, 인천, 안양), 강원도 한 팀(원주), 경상도 두 팀(대구, 부산), 충청도 한 팀(대전), 전라도 한 팀(광주)으로 나름 지역분배가 돼 있었다. 98년 경남LG와 청주SK가 창단하며 그 기조가 유지됐다.

하지만 2002년 SK와 삼성이 서울에 입성하며 수도권 집중현상이 시작됐다. 부산기아도 울산 모비스로 지역을 옮겼다. 챔피언에 올랐던 청주와 대전, 부산의 팀이 타 지역으로 떠나면서 지역팬들이 큰 상처를 받았고, 충성심에 금이 갔다. 대한민국 제2 도시 부산에 오랫동안 팀이 없었고, 충청도와 전남 팀이 사라지면서 지역불균형 현상도 생겼다.

결국 전남 지역과 충청도 지역은 프로농구 정착에 실패했다. 부산은 2003년 여수 코리아텐더를 인수한 KTF가 창단하며 다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KT가 18년 만에 다시 수원으로 떠나면서 팬들의 가슴에 두 번이나 생채기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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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수도권’을 외치는 가운데 아이러니하게 인천팬들은 구단을 빼앗겼다. 전자랜드는 인천에서 성적과 흥행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지하철역까지 놓인 삼산체육관의 인프라도 좋다. 다만 인수기업 한국가스공사가 대구를 원했다. KBL이 인천 잔류를 할 수 있는 기업을 우선기업으로 협상했지만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인천 팬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농구단은 대구로 간다.

부산과 인천은 한국에서 인구 2,3위 도시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남자농구가 금메달을 따낸 역사적인 상징성도 큰 곳이다. 이런 곳에서 프로농구단이 사라지면 앞으로 선수수급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해당도시에서 프로농구를 보면서 꿈을 키울 유망주들이 자라나기 어려워진다. 해당 지역의 아마추어팀들도 프로구단과의 연계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KBL이 지원하는 유소년 우선지명제도도 빛을 보기 어렵다.

한국가스공사의 대구 정착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미 대구 팬들은 십년 전 ‘오리온 야반도주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오리온 구단이 새벽에 짐을 빼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긴 사건이다. 김병철, 전희철, 김승현, 마르커스 힉스 등 스타군단으로 우승까지 차지했던 인기팀이 하루 아침에 대구 팬들을 버렸다.

십년이 지났지만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대구 팬들은 한국가스공사의 창단소식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벌써부터 “오리온이 대구에 경기를 오면 무관중으로 보이콧을 하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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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사태가 계속 벌어질까. 기업은 물론 구단과 선수들까지 수도권을 선호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방에서 농구 좀 한다는 선수들은 이미 중학생 시절부터 수도권 명문학교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농구명문대는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선수들이 어려서부터 수도권에 터를 잡다보니 고향이라도 지방에 내려가는 것을 꺼린다.

기업들은 홍보효과가 적다는 이유로 지방보다 수도권을 선호한다. 구단들도 연습경기 등 운영편익을 위해 대부분 수도권에 훈련장을 지었다. KT사례처럼 이미 수십억 원을 들여 지은 훈련시설을 놔두고 지방에 정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방최고의 인기구단인 전주 KCC도 수년 전 홈경기장 개보수 문제로 전주시와 충돌하면서 수원 이전설이 불거졌다. 전주시가 새구장 건립을 약속하며 겨우 무마됐다. 하지만 지방구단과 지자체의 협조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창단 후 한 번의 연고이동 없이 잘 정착한 지방팀 모범사례는 원주DB, 창원LG 두 팀에 불과하다.

프로농구는 팬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팬은 철저하게 소외되고 외면받고 있다. 기업과 지자체가 연고지 이전 논의를 끝내면 KBL은 형식적인 승인을 해줄 수밖에 없다. 팬들이 아무리 많은 반대운동을 펼치더라도 효력이 없다. 팬들이 구단의 경제권을 쥔 주체가 아니라 구경하는 ‘손님’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만큼 프로농구가 인기가 없고, 시장이 작다는 말이다.

과연 KT가 프로농구가 아닌 프로야구에서도 이렇게 연고지를 갑자기 옮길 수 있었을까. 같은 부산을 연고로 했지만 왜 KT는 롯데만큼 부산 시민들의 마음에 ‘내 팀’이라는 마음이 없었을까.

프로농구가 기업논리에 의해 절대적인 지배를 받는 이상 태생적으로 운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목소리가 작은 팬들은 그저 기업이 농구단을 운영해주기만 해도 ‘감사하다’며 구경만 해야 하는 시대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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