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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후반기 약한' 원태인? 걱정 없다 '피칭 터널' 있으니[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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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삼성 토종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는 원태인은 올 시즌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다.

8경기에 선발 등판해 6승2패, 평균 자책점 2.13을 찍고 있다.

직전 등판이었던 19일 키움전서 5.2이닝 10피안타 3홈런 3볼넷 5탈삼진 7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하긴 했지만 일시적인 부진은 어떤 투수도 겪을 수 있는 통과 의례다. 분명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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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이 올 시즌 피칭 터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좋은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원태인에게는 한 가지 편견 아닌 편견이 따라다닌다. 전반기엔 강하지만 후반기엔 체력이 떨어지며 부진하다는 이미지가 그 것이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이미지의 탓은 아니다. 원태인을 실제 전반기와 후반기의 성적 차이가 났다.

지난 2년간 전반기서는 14승9패2홀드, 평균 자책점 2.91을 기록했다.

하지만 후반기서는 2승11패, 평균 자책점 7.20으로 무너진 바 있다. 체력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변명할 여지가 없는 성적이었다.

때문에 올 시즌 전반기서 잘 나가고 있는 원태인에 대해 불안한 시선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여름 승부를 넘어가며 또 한 번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올 시즌엔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자신만의 투구 패턴을 찾았다는 증거가 여러 군데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패스트볼 회전수와 피칭 터널이다. 변화구가 최대한 패스트볼과 같은 궤적으로 날아오다 마지막 순간에 변하며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 이 피칭 터널이 올 시즌 원태인 호투의 가장 큰 비결이 되고 있다. 때문에 후반기를 맞더라도 크게 무너질 일은 없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MK스포츠에 칼럼을 연재 중인 정민태 전 한화 투수 코치는 19일 크게 무너진 키움전을 지켜본 뒤에도 "그래도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일단 공 던지는 타점이 위에서 내려찍는 식으로 이뤄진 게 눈에 띄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직구 궤도와 비슷하게 일정하게 나오는 걸 관찰할 수 있었다. 타자 입장에서는 투수가 직구와 똑같은 각도에서 던지면 변화구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진다. 임팩트도 빨라지고 좋아졌다. 비시즌 동안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다"고 평가를 했다.

실제 원태인은 피칭 터널이 길어졌다.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의 도움으로 일단 구종별 성적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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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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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가 지난해 후반기 성적이고 아래 표가 올 시즌 성적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패스트볼 회전수의 감소다. 원태인은 지난해 후반기 2222rpm의 회전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회전수가 2024rpm으로 200rpm 정도나 줄어들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회전수가 떨어지면 공의 위력도 떨어진다. 회전수 만능 주의가 낳은 잘못된 편견이다.

물론 회전수가 높아지면 볼의 움직임이 심하게 일어나며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원태인은 원래 회전수로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다. 회전수가 다소 줄더라도 변화구와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피칭 터널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 유형의 투수다.

실제로 원태인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지난해와 올 시즌이 거의 차이가 없다. 올 시즌 조금 오른 피안타율을 기록했으나 대세가 바뀔 정도는 아니다.

특히 올 시즌 기록에는 19일 경기 기록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원태인의 패스트볼은 0.417이나 됐다.

빠른 타구 헝용율도 올 시즌이 다소 높아졌다. 하지만 땅볼 유도율은 올 시즌이 훨씬 좋아졌다. 무려 12%나 높은 땅볼 유도율을 보였다.

타자들의 방망이가 최대한 뒤에서 맞았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원태인의 패스트볼을 오랫동안 지켜봐야 했다는 뜻이다. 피칭 터널을 이야기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이 최대한 마지막 순간에 변하다 보니 원태인의 공을 오래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눈여겨 지벼봐야 할 것은 또 있다.

변화구의 피안타율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원태인의 올 시즌 변화구 피안타율은 1할대 이거나 1할 대 밑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슬라이더+커터 조합은 피 OPS가 0.131에 불과했다. 타율이어도 낮을 수치가 OPS서 찍혓다.

정민태 전 코치의 분석대로 패스트볼과 변화구의 궤적 차이가 크게 나지 않으며 타자들의 방망이를 현혹 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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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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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의 피칭 맵을 한 번 살펴봤다.

우선 패스트볼의 제구가 안정이 됐다. 지난해 패스트볼이 찍힌 방향을 보면 크게 위로 솟았거나 밑으로 떨어지는 공의 비율이 높았다. 볼이 되는 패스트볼이 그만큼 많았음을 뜻한다.

또한 패스트볼이 주로 왼쪽 스트라이크 존(우타자 바깥쪽)에 많이 쏠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올 시즌엔 스트라이크 존을 최대한 넓게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슬라이더의 차이도 분명하다.

지난해 슬라이더는 높게 제구돼 날리는 볼이 많았다.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기 어려운 볼 들이 많이 찍혔다.

그러나 올 시즌엔 이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다 밑으로 꺾이는 제대로 된 슬라이더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슬라이더가 날리는 빈도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 역시 긴 피칭 터널이 더해지며 슬라이더의 위력을 배가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체인지업도 제대로 된 궤적을 찾았다. 우투수가 던지는 체인지업은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떨어질 때 위력이 배가 된다.

지난해엔 체인지업이 반대 방향으로 가는 빈도수가 높았다. 하지만 올 시즌엔 확연히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비율이 높아졌다. 가장 이상적인 체인지업 무브먼트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노력들이 더해지며 원태인의 변화구는 피안타율을 최소화 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런 움직임들이 최대한 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으로 오다 마지막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탄착군이 이상적인 상황에서 날아오는 궤적도 끝까지 패스트볼과 겹치다보니 위력이 배가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원태인의 볼 회전수는 지난해 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그 위력은 더욱 강해졌다. 보다 정확하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됐고 최대한 패스트볼과의 차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원태인이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게 되더라도 좋은 구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지난 겨울의 노력이 성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에 올 시즌에는 후반기에도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원태인은 지금의 강세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잇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겐 땀이 만든 피칭 터널이라는 무기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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