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가운데)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최근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중인 문경 국군체육부대를 방문해 거액의 올림픽 포상금 계획을 발표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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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헉~, 이건 뭐지?”
지난 17일 대한탁구협회가 기자들에게 보낸 ‘유승민 회장,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 메달 포상금’ 관련 보도자료를 보고는 여러모로 깜짝 놀랐다. 내용은 “유승민 회장(IOC위원)이 국가대표팀의 선전과 사기진작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메달 포상금 지급을 발표했다”는 것이었다.
포상금은 남녀단체전 금메달 5억원, 은메달 2억원, 동메달 1억원 등으로 예상 밖의 거액이었다. 남녀단식과 혼합복식 등 개인전은 금메달 1억원, 은메달 5000만원, 동메달 3000만원.
10년 넘게 든든한 후원자 노릇을 하던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대한항공의 후원(연간 10억원씩 지원)이 끊긴 이후, 올해 한 중소기업과 후원계약을 맺어 연간 5억원을 지원받기로 한 탁구협회. 그런 탁구협회가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거액의 포상금을 내걸었는 지 우선 납득이 가지 않았다.
“어차피 따지 못할 금메달이니, 아예 10억원을 걸지…. ” 탁구계 한 지도자에게 물어봤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단체전 5억원이라는 거액의 포상금은, 다른 종목과 형평성도 맞지 않아 분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테니스계의 한 지역협회 회장은 “탁구협회 거액의 포상금 발표를 보고 깜짝 놀란 1인”이라고 했다.
두번째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정작 중요한 ‘남녀단식 선수 배정’에 관한 것을, 탁구협회가 설명도 없이 보도자료 뒤에 슬쩍 끼워넣다는 사실이다. 탁구협회는 최근 경기력향상위원회(위원장 김택수 미래에셋증권 총감독)를 열어, 도쿄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선수들 가운데 누구를 남녀단식에 넣을 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경기력향상위원장은 조만간 이와 관련한 발표를 하겠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이날 보도자료에는 이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 맨 뒤에 “종목별 출전선수 명단은 아래와 같다. 단체전(남):이상수(삼성생명), 정영식, 장우진(이상 미래에셋증권), 단체전(여):전지희(포스코에너지), 최효주(삼성생명), 신유빈(대한항공), 개인단식(남):정영식, 장우진, 개인단식(여):전지희, 신유빈, 혼합복식:이상수-전지희”라고 썼다.
이에 대해 탁구인에게 물어봤더니 그는 “(선수선발 논란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남자단식의 경우, 도쿄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1위를 한 선수가 얼마 전부터 제외될 것으로 알려져 탁구계 내부적으로는 이미 불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그래서 1위를 한 선수 팀 지도자가 협회 실세에게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애초 대표선발전에서 1, 2위에도 들지 못한 선수가, 국제경험이 많고 랭킹이 높다는 이유로 추천선수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게 돼 논란이 됐다. 그런데 그는 파격적으로 단체전은 물론, 남자단식 출전권까지 거머쥐었다. 여자대표팀의 경우는, 대표선발전 1위를 한 신유빈이 여자단식 출전권을 가지게 된 것과도 상반된다. 남자 대표선발전 2위를 한 안재현과 1위 이상수는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둘다 삼성생명 선수다.
탁구인들이나 관련 선수 소속팀은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젊은 회장이 협회를 의욕적으로 끌고 가는 상황에서 행여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한 지도자는 “선수 선발은 객관성있게 해야 한다. 인권, 인권하면서 그러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상수가 남자단식에 빠질 이유가 없다. 정상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회장 밑 협회 한 실세의 지나친 ‘제식구 챙기기’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탁구계에서 지적해온 사항이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정성이 강조되는 이 시기에 대한탁구협회는 도대체 무슨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인가?
지난 16일 중국탁구협회는 도쿄올림픽 출전선수 명단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는데, ‘의견수렴과 집단적 의사결정’을 강조했다. 특히 협회 회장 등 관계자들이 공개석상을 통해 언론에 명단과 함께 선정 이유 등을 자세히 설명했고, 원로와 장이닝 등 레전드들을 영상으로 연결해 의견도 수렴해 눈길을 끌었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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