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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영광 누렸던 외인 사령탑, 올해는 최하위권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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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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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래리 서튼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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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사령탑과 관련해 최초의 기록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 1982년 출범 뒤 첫 복수 외인 감독 시대에 이어 3인 감독 체제가 펼쳐지게 됐다.

롯데는 11일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래리 서튼 퓨처스팀(2군)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내년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이에 따라 KBO 리그 10개 구단 중 외국인 사령탑은 3명으로 늘었다. 기존 KIA 맷 윌리엄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까지다.

출범 40년째를 맞는 KBO 리그에 복수의 외인 사령탑 시대는 처음이다. 2008년 롯데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선임하며 최초의 외인 사령탑 기록을 세웠고, SK(현 SSG)가 2017년 트레이 힐만 감독을 2호 외인 사령탑으로 선임한 바 있지만 당시 리그에 1명뿐이었다.

지난해 윌리엄스 감독이 3호 외인 사령탑으로 KIA 지휘봉을 잡은 데 이어 올해 수베로 감독이 한화를 맡으며 최초의 복수 외인 사령탑 시즌을 만들었다. 그러다 서튼 감독까지 가세한 것이다.

다만 올해 외인 감독들은 양에서는 최다를 찍었지만 상대적으로 질에서는 최상의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앞선 외인 감독들과 달리 팀 전력이 약한 까닭이다.

선배 외인 감독들은 실패보다는 성공에 가까웠다. 로이스터 감독은 두려움 없는 야구, 이른바 '노 피어(No Fear)'를 외치며 화끈한 공격 야구로 구도(球都) 부산을 뜨겁게 달궜다. '홍대갈' 트리오로 불리는 홍성흔, 이대호, 카림 가르시아를 중심으로 김주찬, 강민호(현 삼성), 조성환 등이 버틴 최강 타선으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힐만 감독은 로이스터 감독이 하지 못한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끌었다. 일본 니혼햄의 우승을 견인했던 힐만 감독은 선 굵은 로이스터 감독과 달리 세밀한 아시아 야구에 정통했다. 2018년 정규 시즌 2위에 올라 KS에서 최강 두산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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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윌리엄스 감독(오른쪽)이 지난달 27일 한화와 홈 경기에 앞서 상대 수베로 감독에게 선물로 크리스털 야구공을 전달한 뒤 기념 촬영을 한 모습. 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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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외인 사령탑이 부임한 팀은 엄밀히 따져 상위권 전력이 아니다. 윌리엄스 감독의 KIA는 지난해 투수들의 힘으로 5강 경쟁을 했지만 가을야구 무대는 밟지 못했다. 올 시즌 전에는 에이스 양현종(텍사스)마저 미국으로 떠난 가운데 이렇다 할 전력 보강도 없어 주축들의 부상 속에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수베로 감독이 부임한 한화는 아예 리빌딩을 하는 팀이다. 물론 수베로 감독이 과감한 유망주 기용과 수비 시프트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상위권 도약은 내년 이후에나 바라볼 수 있을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10일까지 KIA와 한화가 나란히 공동 8위(13승 17패)다.

롯데는 더욱 심각하다. 구단에서는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 출신 성민규 단장을 영입해 MLB식 육성 방안을 원했지만 당장 성적이 급한 허 감독과 의견 충돌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롯데는 최하위(12승 18패)에 처져 있다. 서튼 감독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구단 내 갈등은 잦아들 것으로 보이나 반등을 이끌지는 지켜봐야 한다.

구단들이 외인 사령탑을 찾은 이유는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가 많다. 지역 연고 학교 및 구단 출신 코치, 선수들의 파벌을 타파하고 공정한 경쟁을 꾀하려는 목적이 크다. 이른바 '철밥통' 선수, 코치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학연, 지연에서 자유로는 외국인 감독이 적격이다.

다만 올해 외인 사령탑들은 하위권에서 동병상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구단에서는 당장의 상위권 성적을 원하는 게 아니라 팀에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과연 사상 첫 복수를 넘어 3인 외국인 사령탑 시대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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