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휩싸인 KPGA 경기위원회
경기위가 받은 회식비 100만원
돈 건넨 이가 임원 겸 코치라면
개막전예서 무벌타로 구제해주기로 한 나무 옆 웅덩이의 공. 이와는 다른 그루터기 옆인데 A선수를 구제해줘 논란이 됐다. [사진 KPGA]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장면1 지난달 한국 프로골프(KPGA) 코리아투어 개막전에서 A선수는 그루터기 옆에 있는 공을 무벌타 구제받았다. 오심이었다. 그루터기는 인공물이 아니라 자연물이므로 무벌타로 구제받지 못한다.
#장면2 A선수는 지난겨울 열린 KPGA 이벤트성 대회인 윈터투어에서 우승했다. 당시 A의 코치이자 KPGA 간부이기도 한 B씨는 경기위원회에 “날도 추운데 고생했다”며 회식비 조로 100만원을 건넸다.
두 사건은 관계가 있을까. KPGA 경기위원회가 이 일로 시끄럽다. 경기위원들 가운데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다.
A 선수가 무벌타 구제를 받은 그루터기. [사진 KPGA]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심은 봐주기 고의였을까 실수였을까. 경기위원장은 “해당 경기에서 로컬룰로 나무 밑 물웅덩이를 무벌타 구제해주기로 했는데, 해당 심판이 그루터기 룰과 헷갈렸을 뿐이다. 무전을 통해 이를 공개했으며, 자신이 직접 돈을 받은 것도 아닌데, 일부러 위험을 감수하고 봐주기를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경기위원은 “경력 20년이 넘은 심판이 그루터기 룰을 모를 리 없다. 오심을 한 경기위원이 대회장을 세팅하고 로컬룰을 직접 만들었다. 다른 룰과 헷갈릴 가능성은 없다. 고의 오심이 거의 확실하다”라고 주장했다.
경기위원회는 무벌타 구제를 하기로 한 나무 밑 물웅덩이와 A선수가 구제를 받은 그루터기 사진을 보냈다. 기자가 보기에 이 둘을 헷갈릴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다음으로 100만원의 성격을 보자. 심판은 이해 당사자의 돈을 받으면 당연히 안 된다. 요즘 프로 스포츠계는 이런 부분에 특히 민감하다. 그래서 식사만 해도 징계가 내려지곤 한다.
KPGA 경기위는 그 정도는 안다. 몇 년 전 한 대회에서 우승 선수 아버지가 경기위원 카트에 200만원이 돈 봉투를 놓고 갔다. 당시 빨리 돌려주지 않으면 큰일 난다며 부산을 떤 일이 있다.
경기위원회 혹은 위원은 돈을 받지 않거나, 적어도 표시가 나게 돈을 받지는 않았을 거다. 그러면 이번에 돈은 왜 받았을까. KPGA 측 설명에 따르면 겨울 이벤트 대회에서 눈, 비, 우박이 내려 경기위원이 그린을 치우는 등 고생했다. 또 경기는 7시간 넘게 걸렸다. B씨는 또 다른 KPGA 간부를 통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돈을 건넸다. 1, 2부 투어 경기위원 20명에게 회식비로 100만원을 건넸으니 큰돈도 아니다.
비교적 소액에 공개적으로 준 돈이 결국 문제가 됐다. B씨는 선수의 코치이므로 이해당사자다. 동시에 KPGA 간부다. 경기위원장 등은 KPGA 간부가 주는 금일봉으로 생각했다. 일부 경기위원은 선수 관계자가 준 뇌물 또는 접대비 성격으로 봤다.
B씨가 협회 간부이자, 이해당사자라는 양면성을 가진 게 문제다. 많은 KPGA 회원이 선수를 가르치는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그들 중에서 협회 간부가 나온다. 미국처럼 협회와 전문가로 운영되는 투어단체를 분리해야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한 경기위원은 “경기위원장은 이 문제를 내가 제보했다고 의심해 폭언하고 업무에서 배제했다. 또 모욕과 회유, 협박했다”며 직장 내 갑질로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홍은 커지고 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