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토)

이슈 [연재] 중앙일보 '송지훈의 축구·공·감'

[송지훈의 축구·공·감] 이강인은 6월에 어느 감독과 함께해야 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월드컵 예선과 올림픽 준비 겹쳐

벌써 우려되는 선수 선발 마찰음

지난달 한일전서 드러난 문제점

축구협회 강화위 조율 기능 필요

중앙일보

지난해 9월 한 행사장에서 마주친 벤투(왼쪽) 대표팀 감독과 김학범 올림픽팀 감독. 선수 선발을 둘러싼 두 감독의 마찰이 우려된다. 6월 대표팀과 올림픽팀 일정이 겹치기 때문이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월드컵 2차 예선도 물론 중요한 대회지요. 다만, 올림픽팀은 세계대회 본선을 앞두고 있잖아요. 6월 소집 훈련 및 평가전과 관련해 (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 감독님의 배려와 협조가 절실합니다. 언제든 얼굴을 맞대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28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만난 김학범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차분하면서도 단호했다. 이날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도 김 감독은 “6월이 올림픽 메달권 도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도쿄올림픽 본선을 앞둔 김 감독과 올림픽팀의 주요 일정은 6, 7월 소집훈련 및 평가전이다. 특히 6월은 최종엔트리 18명(6월 30일 제출)을 결정하기 전 마지막 소집훈련이 열리는 때다.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24세 이하 선수들의 기량을 살펴 엔트리 윤곽을 잡고, 부족한 포지션에 와일드카드(24세 초과 선수) 투입을 고민할 시점이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온두라스(북중미), 뉴질랜드(오세아니아), 루마니아(유럽)와 같은 조에 묶여 ‘최상의 조 편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김 감독 생각은 다르다. 그는 “뉴질랜드를 뺀 나머지 세 팀 전력은 엇비슷하다. 조별리그에서 2승 1패를 하고도 골득실차로 탈락한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최대 변수는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다. 같은 시기에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치른다. 이강인(발렌시아), 이동준, 이동경(이상 울산) 등 24세 이하 선수 일부는 대표팀과 올림픽팀을 오가야 했다. 김학범 감독은 6월에 대표팀 눈치를 보지 않고 (24세 이하) 선수를 마음껏 차출하고 싶다. 하지만 벤투 감독 입장은 다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대표팀과 올림픽팀이 선수 차출과 관련해 의견을 나눈 적은 없다. 다만, 벤투 감독은 ‘선수 관련 권한은 대표팀 우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원칙적으로는 벤투 감독이 옳다. 다만,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도 절대 가볍지 않은 만큼, 두 팀 간에 충분히 조율해야 한다.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 만큼, 조정기능이 중요하다. 바로 축구협회 대표팀전력강화위원회(이하 강화위원회)가 해야 하는 일이다. 강화위원회가 대표팀과 올림픽팀 선수단 구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이 매끄럽게 오갈 수 있는 통로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

이미 지난달 축구 한일전은 대표팀 선수 선발 방식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벤투 감독은 선수 상태를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축구협회는 차출 과정에선 선수 소속팀과 대화가 부족해 마찰음을 냈다. 반드시 개선해야 할 빈틈들이다. 과거 축구협회는 기술위원회(강화위원회 전신)를 앞세워 대표팀 선수 선발과 운용에 지나치게 간섭해 물의를 빚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편한 게 강화위원회인데, 최근엔 오히려 역할이 축소되다 못해 유명무실해진 느낌이다. 넘쳐서도 안 되지만, 모자란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미리 한 번 물어보자. 2001년생으로 올해 20살인 미드필더 이강인은 벤투 감독의 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팀 중 어느 팀에서 뛰어야 하나. 자, 이제 강화위원회 대답을 들을 차례다.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