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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인기로 주는 보너스’는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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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 골프의 공정성 무너질 가능성

인기에 대한 보상은 시장이 충분히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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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와 그의 아들 찰리. 두 사람이 남자 골프 선수 중 인기 1, 2위를 할 거라는 농담도 나온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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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가 성적에 상관없이, 선수 인기를 토대로 8명의 스타 선수에게 보너스 4000만 달러를 주는 플레이어 임팩트 프로그램(PIP)을 만든다고 한다.

몇몇 슈퍼스타가 종목의 인기를 끌어올리니 그들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논리다. 소수의 인기 선수가 종목의 인기를 견인하는 것은 맞다. 마이클 조던이 농구의 인기를 끌어 올렸고, 타이거 우즈는 상금을 5배로 키웠다.

헨릭 스텐손은 “밀물은 모든 배를 끌어 올린다”고 했다. 종목 선수 모두가 수혜자가 된다.

로리 매킬로이는 “스포츠 전체가 엔터테인먼트화하고 있다”며 이를 반겼다. 운동선수도 연예인 성격이 있다. 리오넬 메시, 타이거 우즈, 르브론 제임스 등의 SNS 팔로워는 영화배우나 가수들보다 많다.

그렇다고 연예인은 아니다. 세상에는 아버지가 부자라서, 어머니가 배우라서 유명해지는 사람이 있지만,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퍼포먼스를 통해서만 스타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마이클 조던의 아들도 NBA에 못 갔다.

배우는 가상의 인물을 연기해, 허구적 성격이 있지만, 스포츠 스타는 실재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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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는 ″스포츠가 엔터테인먼트화 되고 있다″며 인기 보너스를 반겼다. 매킬로이는 지난 해 PGA 투어를 위협할 '프리미어 골프 리그'를 반대한 바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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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선수들은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에 걸맞은 보상도 받아야 한다. 실제로 받고 있다. 관중 동원이나 중계권 가격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선수는 실력에 +@가 포함된 연봉을 번다.

인기가 꼭 노력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노력하지 않더라도 외모 등 타고 난 상품성이 있으면 보상을 받는다. 유니폼 판매를 늘릴 중국 축구 선수라면, 유럽 축구팀들이 더 좋은 대우를 할 것이다.

골프와 테니스 선수는 팀 소속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퍼포먼스에 준하는 상금을 받는다. 특히 골프는 타수, 순위라는 숫자에 따라 상금을 주는 철저한 능력주의 스포츠다.

그렇다고 인기에 대한 보상을 못 받는 건 아니다. 상품성이 좋은 선수는 메인 스폰서, 용품사 등을 통해 많은 수입을 얻는다. 부족하지 않다. 유현주는 상위권 선수에 맞먹는 많은 스폰서 로고를 붙이고 다닌다. 리키 파울러는 현재 세계 랭킹이 109위지만 톱 5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고 알려졌다.

그러니 경기 조직에서 굳이 인기에 대해 보상을 할 필요는 없다. 국적, 성별, 외모 등을 배제하고 실력으로 평가하는 스포츠의 원칙이 흔들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관심을 끌기 좋아하는 선수들이 SNS 조회 수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다.

서울대 글로벌 스포츠 매니지먼트 전공 임충훈 교수는 “스포츠는 사회의 공정함을 지탱하는 공공재의 역할도 한다.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희화화되면 장기적으로 이미지가 실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퍼포먼스라는 핵심 가치 보다 주관적인 이미지로 보상하는 시스템을 스포츠 단체에서 공식화한다니 이상하다. PGA 투어는 코로나로 직원 50명을 해고했다. 그렇게 어려운 데도 스타 선수들에게 보너스를 준다.

인기를 재는 척도도 이상하다. 조던 스피스의 아버지가 만든 '임팩트 스코어'라는 건데, 아들의 장점을 십분 드러낼 기준이 아닐까.

이 보너스의 배경을 두고 미국에선 “새로운 골프 투어의 출현을 견제하기 위해 스타 선수를 묶어 놓는 당근”이라고 분석했다. 스타 선수들에게 주는 공식적인 뒷돈 성격도 있는 것 같다.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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