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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오류 수정' "유희관 존은 없다"에 대한 합리적 의심[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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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스포츠(잠실)=정철우 전문기자

두산 유희관은 평균 130km가 넘지 못하는 구속으로 A급 투수로 군림해왔다. 지난해 평균 자책점이 5.02로 치솟았지만 10승(11패)을 거두며 8년 연속 10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런 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말이 있었다. "유희관 존이 따로 있다"는 지적이었다.

주로 우타자의 몸쪽으로 깊숙히 박히는 공들이 스트라이크 콜을 많이 받으며 제기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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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은 "희관 존"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데이터 분석 결과 나름 설득력 있는 지적임이 밝혀졌다. 사진=MK스포츠 DB


'애플베이스볼'은 지난해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의 도움을 받아 실제 '유희관 존'이 있었는지를 찾아봤다. 공 1개 정도 빠진 공의 스트라이크 콜 비율을 계산하면 유희관이 그만의 존으로 유리한 판정을 얻어냈는지 알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당시 비교 대상은 유희관이 잘 던진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였다.

그 조사에선 커다란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유희관은 7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경기서도 높은 스트라이크 콜 비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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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은 잘 던진 경기(평균 자책점 2점대 이하)서 공 1개 빠진 코스의 스트라이크 콜 비율이 25.9%였다. 7점 대 이상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경기서도 26.5%를 기록했다.

'애플베이스볼'은 이 자료를 근거로 유희관이 '유희관 존'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1개 빠진 공에 대한 스트라이크 콜에 별 변화가 없었음에도 성적이 들쑥날쑥 했기 때문이었다. '유희관 존'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도 성적에 영향이 없었을 것이라는 가정을 했었다.

이 과정에서 '애플베이스볼'은 한 가지 오류를 범하게 된다. 비교 대상이 유희관 본인 혼자 뿐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유희관이 특정 존에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구별하려면 타 선수와 비교가 이뤄졌어야 했다.

다른 좌완 투수들은 유희관 처럼 1개 공이 빠졌을 때 어떤 콜을 받았는지를 알아봤어야 했다.

이런 반성을 토대로 '애플베이스볼'은 다른 표본을 찾기로 했다. 유희관 못지 않게 제구력이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양현종의 2020시즌 데이터와 비교를 결정했다.

그 결과 '유희관 존'은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우선 양현종은 좋은 투구를 했을 때 공 1개 빠지는 공의 비율이 줄어들었다. 스트라이크 존 안쪽으로 형성되는 볼 들이 더 많았다. 제구가 안정됐을 때 의심의 여지 없는 스트라이크 콜을 얻어냈음을 뜻한다.

양현종과 유희관의 차이가 벌어지는 건 안 좋은 결과를 냈을 때 였다.

앞서 밝힌대로 유희관은 안 좋은 결과를 냈을 때도 공 1개 빠지는 존의 스트라이크 콜 비중이 줄어들지 않았다. 일관되게 스트라이크 콜을 받는 존이 있었다.

양현종은 달랐다. 좋은 결과를 냈을 땐 그 역시 공 1개 빠지는 볼이 스트라이크 콜을 받는 비중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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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실점 이하 경기서 공 1개 빠진 존의 스트라이크 콜 비율은 25.5%로 유희관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5실점 이상 경기서는 이 비율이 18.8%로 떨어졌다. 7% 가량이나 차이가 났음을 뜻한다. 유희관 과는 8%가량 차이가 있었다.

이는 일반적인 투수들이 공 1개 빠지는 존의 스트라이크 콜을 얻지 못했을 경우 난조에 빠질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결과가 좋았을 때나 안 좋았을 때나 꾸준하게 1개 빠진 존의 스트라이크 콜이 일정했던 유희관은 상대적으로 혜택을 봤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현종급 투수도 심판이 아슬아슬한 공에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 고전을 했다. 반면 유희관은 결과와 상관 없이 일관적으로 스트라이크 콜을 얻어냈다.

그렇다면 지난해 유희관이 부진한 경기가 많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체인지업의 제구력이 흔들렸던 것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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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은 7실점 이상 경기서 바깥쪽 체인지업을 주로 공략 당했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는 체인지업(하늘색)이 잘 맞은 타구를 많이 허용했음을 알 수 있다. 체인지업이 밋밋하게 들어가는 날 유희관은 고전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5일 유희관의 부진에 대해 "유희관은 똑같은 것 같다. 그만큼 타자들이 대처를 잘 한다고 봐야 하겠고 거기서 유희관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실투를 안 놓치고 치고 있다. 작년부터 안타수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좀 더 제구력 등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타자들이 적응을 더 잘 한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왜 '유희관 존'이 생겼는지에 대한 정확한 근거는 없다. 제구력이 좋은 유희관이 심판들의 눈을 현혹 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유희관의 장기는 체인지업이다. 우타자의 바깥쪽을 체인지업으로 공략한 뒤 몸쪽 살짝 빠지는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을 던져 삼진을 유도하는 것이 주요 패턴으로 꼽혔다.

어찌됐건 유희관은 다른 투수들에 비해 공 1개 빠진 존에서 스트라이크 콜 비율이 높게 나왔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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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은 안 좋은 결과를 냈을 때 스트라이크 존 공략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공 1개 빠진 볼의 비율도 조금 낮아졌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콜을 얻어내는 비율은 소폭 상승했다.

양현종이 안 좋은 결과를 냈을 때 공 1개 빠진 존에서 고전한 것과는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유희관 존'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이유다. '유희관 존'은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유희관의 성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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