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3득점에 화려한 세리머니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이끌어
흥국생명은 16-16에서 주장 김연경(33)의 공격 성공과 이주아(21)의 블로킹, 다시 김연경의 공격으로 19-16을 만들었다. 김채연(22)이 날카로운 서브를 넣었고, IBK기업은행의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공은 곧바로 흥국생명 쪽으로 넘어왔다. 김연경은 점수를 더 벌리기 위해 사인대로 공격 준비에 나섰다. 그런데 신인 세터 박혜진(19)의 토스가 예상보다 길었다. 오른손으로는 처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흥국생명의 김연경이 20일 IBK기업은행과 벌인 프로배구 플레이오프 1차전(인천 계약체육관) 4세트에서 공격하는 모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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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은 2세트에도 21-18로 앞서다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 브루나 모라이스(22·등록명 브루나)의 연속 실책으로 21-21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세트를 내줬다. 여기서 공격에 실패해 경기 흐름을 내주면 2세트처럼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이재영·다영(25) 쌍둥이 자매가 학창 시절 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고 결국 2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김연경도 속상했지만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다독여 최대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했다. 플레이오프1차전 직전 팀 미팅 때 선수들은 ‘여기서 질 순 없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팀 동료를 위해 승리가 간절했던 김연경은 순간적으로 왼손을 뻗어 강타를 날렸다. 상대가 예상치 못한 공격은 블로커의 손을 넘어 대각선으로 코트 구석에 예리하게 꽂혔다. 김연경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20-16,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김연경의 왼손 강타 성공으로 경기 분위기는 흥국생명으로 완전히 넘어왔다. 이주아의 연속 블로킹으로 22-16을 만들자, 키 192cm의 김연경이 양손으로 키가 185cm인 이주아의 허리를 감싸고선 번쩍 들어 올렸다. 이주아는 경기 후 이 순간을 떠올리며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연경랜드”라고 웃었다.
이번엔 김연경이 다시 나섰다. 러시아 출신 IBK기업은행 주포 안나 라자레바(24)의 스파이크를 블로킹으로 막아낸 것. 김연경은 양팔을 날개처럼 벌리며 코트를 한 바퀴 돌며 포효하더니 오른손을 모아 입술에 댔다가 하늘을 향해 터뜨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후 라자레바의 공격 범실까지 더해지면서 24-16. IBK기업은행을 16점에 묶어둔 채 연속 8득점을 올린 흥국생명은 승부처였던 3세트를 가져오며 승기를 잡았다.
흥국생명의 김연경이 20일 IBK기업은행과 벌인 프로배구 플레이오프 1차전(인천 계약체육관) 3세트에서 안나 라자레바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은 후 포효하는 모습./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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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난 김연경은 4세트에도 왼손을 사용했다. 8-6을 앞선 상황에서 리베로 도수빈(23)이 언더로 올린 2단 연결이 길게 올라왔다. 김연경은 이번에도 왼손을 사용했고 득점으로 이어졌다.
김연경은 11-8에서 왼쪽으로 휘면서 떨어지는 서브 득점을 올린 데 이어 19-15에서 농구 레이업슛과 비슷한 왼손 밀어 넣기 득점까지 성공하며 약 4개월 만에 경기장을 찾은 200여명의 홈팬에게 모든 걸 보여줬다. 흥국생명은 세트스코어 3대1(25-20 23-25 25-18 25-21)로 IBK기업은행을 눌렀다.
김연경은 2008-2009시즌 흥국생명의 우승을 이끌며 챔피언결정전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이후 해외에 진출했던 그는 12년 만에 국내서 맞은 ‘봄 배구’에서 화려한 배구와 세리머니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날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29득점을 올린 그는 공격성공률(60.0%)도 가장 높았다. 블로킹, 서브 제외 공격 득점만 27점 올린 그는 프로배구 여자부 역대 세 번째로 포스트시즌 500 공격 득점(515점)을 넘어섰다.
2005시즌부터 프로배구 여자부에선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이 열다섯 차례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김연경은 “1차전 승리팀의 챔피언전 진출 확률이 100%라는 것을 들었지만 아직은 조심스럽다. 다 끝나야 끝나는 것”이라며 “2차전 준비를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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