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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농구연맹은 징계 주체 아닌 징계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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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컵 출국 전날 갑자기 취소

코로나 우려 불참하자 바로 징계

FIBA에 맞서 목소리 내고 연대를

중앙일보

한국농구대표팀 가드 허훈(오른쪽)이 지난해 2월2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FIBA 아시아컵 예선 태국과 경기에서 슛을 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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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부산 KT 가드 허훈은 15일 경기 수원의 소속팀 훈련장에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12일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고, 13일 밤 12시 30분 출국이다. 18~2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 출전하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카타르가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출국이 코앞이던 12일 대회 개최를 포기했다.

FIBA는 13일 “A, B, E조 경기 중 2개 조는 필리핀, 1개 조는 레바논에서 각각 분산 개최한다. 새 일정 확정까지 열흘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A조 한국은 필리핀이 유력하다. 사실 A조 경기는 원래 필리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필리핀도 지난달 개최를 포기했다. 게다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발생 국가 국민 입국도 막고 있다. 한국은 금지국이다. 필리핀에서 과연 열릴지조차 불투명하다. 허훈은 “8일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대회 전후로 4번은 더 받아야 한다. 몇 번 받든 국가를 대표하는 마음으로 잘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가한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바레인에서 열린 이번 대회 예선에 불참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FIBA는 불참을 이유로 대한농구협회에 대해 벌금 2억원과 승점 2점 삭감 징계를 결정했다. 대신 이번에 나오면 징계를 반으로 깎아주기로 했다.

문제는 각국에서 겨울철 리그가 한창이라는 점이다. KBL(프로농구연맹)은 아시아컵 예선을 고려해 12~23일을 리그 휴식기로 미리 잡았다. 그래서 리그는 중단했다. 그런데 국제대회는 연기됐다. 휴식기가 무의미해졌다. 대표선수 선발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리그 순위 싸움이 치열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팀당 1명씩 총 12명을 대표선수로 뽑았다. 그런데도 형평성을 둘러싼 갈등이 생겼고, 김상식 대표팀 감독은 ‘대회 후 사퇴’를 결정했다.

프로리그는 5월 15일 끝난다. 각 팀 에이스급이 빠진 순위 싸움은 맥이 빠진다. 경기장 대관, 외국 선수 계약 기간 등으로 일정을 미룰 수도 없다. 대표팀에 뽑혀 해외 원정을 다녀오면 자가격리해야 한다. 허훈은 “정부와 협의해 격리 기간을 일주일로 줄였다 해도 거의 3주간 빠진다”고 말했다. KBL 관계자는 “농구협회와 협의해 5월 말 이후로 대회를 미루자고 역제안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올림픽 예선이 6월, 아시아컵 본선은 8월이라서 가능한 시나리오다. 일각에서는 대표팀을 상무 등 아마추어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FIBA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도 있다. 그간 농구협회 등은 FIBA가 무슨 결정을 내리면 말도 못하고 냉가슴을 앓았다. FIBA의 졸속 행정으로 국내 리그가 얼마나 피해를 보았는지 적극적으로 따져야 한다. FIBA 아시아는 레바논 등 중동세가 좌지우지한다. 코로나19를 대하는 태도도 그쪽은 동아시아와 다르다. 우리와 같은 입장에 선 국가들과 연대할 필요도 있다.

FIBA가 말로는 “국제축구연맹(FIFA)을 지향한다”고 한다. 국가대표 경기를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바꾼 것도 그 일환이다. FIFA는 카타르 클럽월드컵 출전팀을 위해 전세기를 띄웠다. 그런 지원도 못 하는 FIBA가 회원국 징계에는 재빠르다. 허술한 대회 관리와 준비에 참가국 의견도 듣지 않고, 급작스럽게 일정까지 바꾸는 FIBA라면 징계 주체가 아니라 징계 대상이 돼야 맞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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