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O 슈퍼플라이급 타이틀매치서
챔피언 이오카 가즈토 팔 문신 노출
외국 선수는 허용…역차별 논란도
일본 프로복싱계가 때아닌 ‘문신’ 논란으로 시끄럽다. 문신에 대해 ‘혐오스럽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일본 사회에서 세계챔피언이 경기에서 문신을 드러냈다는 게 발단이다.
문제가 된 경기는 지난 12월31일 도쿄에서 열린 WBO 슈퍼플라이급 타이틀매치. 챔피언 이오카 가즈토(31)와 도전자 다나카 고세이(25)가 맞붙은 이날 경기에서 이오카는 다나카를 8회 TKO로 물리쳤다.
왼쪽 팔에 문신을 새긴 이오카는 이날 경기에 문신을 가려주는 짙은 크림을 바르고 출전했다. 그러나 경기가 진행되면서 크림이 벗겨졌고 결국 경기 후반부터는 문신이 그대로 노출됐다.
일본복싱위원회(JBC) 규정 86조에 따르면 ‘문신 등 관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외양을 한 자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다만 외국인 선수나 해외에서 열리는 경기는 예외다. 또 JBC 소속 선수가 문신을 했더라도 파운데이션이나 크림 등으로 가릴 경우 출전을 허용하고 있다.
JBC는 이오카 선수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논란이 적지 않다. “규정을 위반했으니 (징계) 처분은 당연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외국인은 허용하면서 국내 선수에게 문신을 금지하는 규정은 모순”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팬들 사이에서도 ‘혐오감을 주는 문신을 하고 어떻게 링에 오르느냐’는 쪽과 ‘문신도 개성이다. 그게 무슨 죄냐’는 쪽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프로복싱 4체급을 제패한 이오카와 3체급을 석권한 동급 1위 다나카의 맞대결이란 점에서 팬들의 관심을 모았으나 정작 경기 후에는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튄 셈이다.
일본에서는 문신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높아 사회적 불이익을 당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문신 자체가 폭력조직 야쿠자의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부분 온천이나 목욕탕에서는 문신한 사람의 입장을 금지하고 있다.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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