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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철인3종 최숙현 선수 안타까운 죽음… 체육회·산하단체 ‘개혁 사각지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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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2020 스포츠

②아직도 갈 길 먼 스포츠 인권

가해 혐의자 구속… 재판 진행 중

김규봉 감독·장윤정은 영구제명

체육계, 권고사항 반발 힘겨루기

스포츠 윤리센터 잇단 잡음 ‘삐걱’

세계일보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가운데)과 이용 의원(오른쪽)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7월 국회 소통관에서 최 선수의 피해 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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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본질적으로 엔터테인먼트다. 즐거움을 위해 대중들은 시간을 할애해 스포츠를 향유한다. 선수들은 이런 대중의 관심 속에 더 힘을 내고, 대중들은 선수들의 역동적 모습을 보며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선순환의 구조다.

이런 스포츠가 때로는 국민을 가슴 아프게 하곤 한다. 체육계가 비인권적 악습을 털어내지 못하면서 비극적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쇼트트랙 국가대표 조재범 코치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는 한 꽃다운 청춘을 둘러싼 가슴 아픈 소식이 들려왔다.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선수인 최숙현이 세상을 떠난 것. 수년간 지도자와 선배, 팀 닥터 등으로부터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던 그는 지난 6월 끝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한순간의 좌절로 인한 죽음이 아니었기에 반향은 더욱 컸다. 최 선수와 가족은 2월부터 6월까지 경주시청, 검찰, 경찰,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국가위원회 등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으나 손을 내밀어 주는 이가 없었다. 최숙현 선수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더디게 움직이던 관계 기관은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사회적 비난이 이어지자 그때야 부랴부랴 진상파악에 나섰다.

결국 현재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팀 선배인 장윤정, 김도환, 팀 닥터라 불리는 안주현 운동처방사 등 주요 가해 혐의자들은 구속돼 재판을 받는 상태다. 이에 앞서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은 대한철인3종협회에서 영구제명 처리됐고, 김도환은 10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안이하게 대처한 대한철인3종협회는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런 피해자 단죄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비극을 잉태한 체육계의 비인권적 환경은 여전한 탓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선수를 폭행한 지도자 처벌을 강화하는 ‘최숙현법’ 등이 법제화돼 국회까지 통과하며 근본적 처방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누구보다 귀한 딸을 잃은 유족들이 단죄보다는 ‘인권이 보장되는 체육계’를 위해 목소리를 높인 것이 큰 힘이 됐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무엇보다 자정의 주체가 돼야 할 대한체육회와 산하 체육단체들이 여전히 개혁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해 심석희 선수의 폭로 등 스포츠 미투 사태를 계기로 출범한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성적지상주의 타파를 위해 여러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대한체육회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등 일부 권고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힘겨루기에 들어가 정작 중요한 인권 관련 개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스포츠계 폭력 및 비리 근절을 목적으로 설립된 독립기구인 스포츠 윤리센터도 삐걱대는 중이다. 지난 8월 출범 뒤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직 완벽 가동이 안 된 상태로, 최근 스포츠윤리센터 내 노조가 이숙진 센터장이 비정상적으로 기관을 이끌고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까지 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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