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팬 사찰’ 논란과 관련,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장고 중이다. 상벌위원회(이하 상벌위)가 열렸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임기 만료를 앞둔 정운찬 KBO 총재가 ‘결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O는 지난 22일 키움의 팬 사찰 의혹과 관련한 상벌위를 열었다. 하지만 3시간 넘게 걸린 상벌위의 결론은 유보였다. 키움 구단에서 소명할 기회를 요청해, 23일 오전까지 소명 기회를 줬다. 징계 결과는 23일 오후에 나오는 듯 했다.
그러나 KBO는 다시 결정을 미뤘다. “정운찬 총재가 구단 소명 및 상벌위원회 결과를 보고받고 검토했다. 더 숙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힌 게 전부다.
2020년 임기가 끝나는 정운찬 KBO 총재. 사진=천정환 기자 |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상벌위 징계 결정은 신속히 내려진다. 소명 기회를 준 것도 이례적이긴 하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도 소명을 검토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이유는 없었다. 상벌위가 열리기 전 KBO는 키움에서 은퇴한 이택근의 품위손상행위에 따른 구단 징계 요청에 따라 기본적인 사안을 조사했다. 이택근이 주장한 팬 사찰이 이뤄진 장소인 키움 2군 고양구장도 직접 찾았다.
상벌위의 결론과 총재의 생각이 다른 게 가장 큰 이유다. 상벌위는 팬 사찰과 관련해 ‘엄중 경고’ 수준의 징계로 결론을 모았는데, 정운찬 총재는 그 이상을 바란다는 것이다.
상벌위는 총재 자문기관이긴 하지만, 독립된 기관으로 여겨진다. 다만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 제재규정에 따르면 ‘제재에 관한 모든 결정과 관련하여 총재는 경중과 심각성에 따라 제재를 추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심지어 부칙 제1조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는 ‘총재는 리그의 무궁한 발전과 KBO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KBO 규약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도 제재를 내리는 등 적절한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상벌위의 징계가 성이 차지 않으면, 총재가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상벌위 징계의 결재권자도 총재다. 하지만 총재가 쉽사리 상벌위 결론을 뒤집기도 어렵다. 총재가 상벌위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순간 기구의 존속 이유가 흔들린다. 총재의 의중에 따라 징계 내용이 바뀔 수 있게 되면 상벌위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총재가 사안에 맞춰서 징계를 내리면 그만이다. 이런 이유로 정 총재가 결단을 내리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다고 질질 끌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정 총재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내년부터는 정지택 신임 총재에게 수장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 임기 전에 키움과 관련한 사안을 매듭짓는 게 모양새가 좋다.
팬 사찰 논란이 불거진 이유, 그리고 중징계를 내려야 하는 합당함을 고려해야 한다. 1차적으로 키움이 ‘문제구단’이라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올해만 해도 키움과 관련한 논란, 상벌위가 수차례 열렸음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올해뿐만 아니다. 히어로즈 구단 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는 횡령·배임 혐의로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과거 숱한 트레이드를 하면서 뒷돈을 받고 KBO에는 허위보고를 했다. 이 전 대표는 KBO에 영구제명된 상태인데, 옥중경영 사실도 밝혀졌다.
대타로 들어온 허민 이사회 의장도 이런저런 얘기가 많다. 이번 팬 사찰의 단초가 된 2군 선수들 상대로 피칭을 한 것,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에 등판해 너클볼을 던진 것 하나하나가 논란거리다. 현장에 대한 지나친 간섭 등도 있다. 구단이 돌아가는 게 정상적이지가 않다. KBO리그를 먹칠하는 대상을 향해 리그의 무궁한 발전과 KBO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총재의 노력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임 후 뚜렷한 성과가 없는 정운찬 총재로서도 임기를 마치는 마당에 ‘클린 베이스볼’이라는 자신의 최대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 이제 임기는 3일 남았다. 정 총재가 히어로즈에 철퇴를 내릴 수 있을까.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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