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몸을 날려 수비하는 한국전력 신영석. [사진 한국전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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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대한민국 1번 센터가 아닙니다."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경기 뒤 신영석(34)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리시브를 받고, 속공을 때리고, 블로킹까지 잡는 '만화같은 배구선수'니까 당연했다.
한국전력은 2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19, 24-26, 26-24, 25-18)로 이겼다. 2연패에서 탈출한 5위 한국전력(8승10패, 승점26)은 4위 우리카드(9승8패, 승점27)를 승점 1점 차로 추격하며 정규시즌 절반을 마쳤다.
한국전력은 카일 러셀 때문에 고민이 많다. 큰 키(205㎝)를 살린 공격과 블로킹, 서브가 좋지만 서브 리시브가 약해서다. 상대팀이 러셀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들어온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전력은 색다른 전술을 펼쳤다. 미들블로커 신영석이 러셀 대신 리시브에 가담한 것이다. 러셀은 신영석이 후위에서 리베로로 바뀔 때만 서브를 받았다. 박철우가 빠지고 공재학이 들어올 땐 라이트로 옮겨 리시브를 면제받기도 했다.
25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한국전력과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한국전력 신영석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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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삼성화재는 리시브가 좋은 레프트 이시몬과 리베로 오재성에게 많이 넣을 수 밖에 없었다. 총 72개 중 이시몬이 41개, 오재성이 18개를 받았다. 신영석은 6개, 러셀은 4개를 받았다. 부담을 던 러셀은 서브에이스 8개를 포함해 29점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신영석은 리시브 부담 속에서도 블로킹 10개를 잡아내며 15점을 올렸다. 물론 공격득점(8개 시도, 3개 성공)은 평소보다 많지 않았다.
장병철 감독은 경기 뒤 "신영석은 서브도 잘 때리고, 수비도 잘 해줬다. 달리 대한민국 1번 센터가 아니다. 최고는 최고다. 베테랑들이 위기의 순간 잘 해줬다. 박철우도 어려울 때 빛났다. 그게 베테랑이 아닌가 싶다. 오늘 경기는 베테랑들이 잘 해준 것 같다"고 했다.
신영석이 리시브에 가담한 건 스스로 낸 아이디어였다. 신영석은 "(2라운드 5승1패를 거두고)3라운드에서 팀이 어렵게 경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방향으로 해볼까' 고참들끼리 회의를 했다. 그때 내가 로테이션 자리를 바꾸면서 러셀을 도와주면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감독님께 말씀드렸는데 좋게 받아들여주셨다"고 했다.
이날 신영석은 6개 중 2개를 정확으로 받아냈고, 범실은 없었다. 강서브를 몸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그는 "쉽지 않았다. 받고, 공격 스텝을 밟는게 애매해서 '잘될까' 싶었는데, 나름 해보니까 될 거 같았다. 최대한 러셀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팀을 위해 희생하면 될 것 같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신영석은 "엄창섭 코치님과 (안)요한이 세게 때려줬다. 어제도 계속 연습하면서 부담을 덜었다"고 했다.
블로킹을 잡아낸 뒤 환호하는 신영석.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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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이날 상대는 서브가 강한 삼성화재였다. 신영석은 "모험이었다"고 웃으며 "강한 서브를 버티면서 속공까지 할 수 있을까. 상상속의 배구. 만화에서 나올까 했다. 그런데 앞으로도 될 것 같다. 전세계에서 이렇게 배구하는 센터는 없지 않나. 내 인생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리시브를 하면서 속공을 때리는 게 생각처럼 쉽진 않다. 이날 신영석은 평소보다 낮은 성공률(8개 시도, 3개 성공)을 기록했다. 신영석은 "속공은 빠르게 때리면서 블로킹을 헷갈리게 해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하지만 안정될 거 같다. 상대도 나에 대한 블로킹 부담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움직이면 가능하다"고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신영석은 이날 대기록도 달성했다. 팀 블로킹 18개 중 10개를 책임지면서 통산 900블로킹 고지를 밟았다. 윤봉우와 함께 통산 블로킹 공동 2위(907개)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는 1호 900블로킹을 달성했고, 1위(1056개)인 이선규 해설위원이 중계를 맡았다.
신영석은 "선규 형이 1000개를 했을 때 '저 산을 넘을 수 있을까. 근처라도 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나랑은 멀게만 느껴졌는데 900블로킹을 하니 멀게만은 안 느껴진다"고 웃었다. 이어 "1000개를 목표로 삼아서 하진 않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사실 선규 형은 어렸을 때 유니폼도 달라고 하고, 되고 싶었던 롤모델이라서 오늘 같은 날 해설을 맡아 묘했다"고 했다.
신영석이 가장 어렵게 생각한 삼성화재 서버는 신장호였다. 그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때렸다. 그래서 일부러 '야, 때려봐'라고 소리 질렀는데 진짜 세게 때렸다. 24-24에선 처음 느껴보는 긴장감도 경험했다"고 웃었다. 신영석은 "내게도 자극이 됐고. 팬들이나 배구를 좋아하는 분들한테 각인이 되지 않을까 설레기도 한다. 전혀 지치진 않았고, 나를 겨냥해서 많이 날렸는데 범실도 나왔다. 상대가 나를 더 괴롭혀서 발전하면 좋겠다"고 했다.
수원=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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