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1 V리그 배구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 2세트 흥국생명 김연경이 공격하다 GS 칼텍스 센터 김유리의 블로킹에 막혀 실점하자 공을 코트에 세게 내리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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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의 과격 행동이 프로배구 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연경은 지난 1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V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자신의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다소 거친 행동을 했다. 자신의 스파이크가 김유리의 블로킹에 막히자 화를 이기지 못하고 공을 자기 코트 바닥에 강하게 내리쳐 주심에게 구두 경고를 받았다.
사실 이 행동은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행동은 달랐다. 5세트 막판 자신이 때린 공이 상대팀 권민지의 블로킹에 맞고 코트에 떨어지자 손으로 네트를 끌어내리며 분노를 드러냈다. 경기 중 중심을 잃고 네트를 잡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지만 김연경의 경우는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강주희 주심에게 “경고를 왜 주지 않느냐”고 강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연경은 경기 후 “네트를 끌어 내린 건 과했다고 생각한다”며 “참아야 했는데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는 잘못됐다”고 곧바로 사과했다.
그런데 이번엔 불똥이 당시 경기를 진행한 강주희 심판에게 튀었다. 강주희 심판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연경의 행위가 비신사적인 건 맞지만 레드 카드나 선수 퇴장 수준은 아니었다”며 “5세트 막판 절체절명 상황에서 레드 카드나 퇴장은 잘못된 운영이다”고 말해 논란의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김연경 봐주기’ 판정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KOVO는 12일 당시 판정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강주희 심판에게 징계를 내렸다. KOVO는 “김연경 선수의 행위에 대해 주심인 강주희 심판이 선수를 제재하지 않고 경기를 진행한 점에 대해 잘못된 규칙 적용이라 판단하고, 해당 심판에게 제재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를 하다보면 선수가 흥분할 수 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면 돌출행동이 나올 때도 있다.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경기를 공정하게 이끌어야 하는 것은 심판의 몫이다.
배구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1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홈경기를 마친 뒤 “(김연경의 행동은) 비신사적인 행위였다”며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네트를 잡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고의로 흔드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 상황의 당사자였던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논란의 확대를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14일 장충체육관에서 현대건설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김연경의 행동이 논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도 “그때는 나도 예민했고 선수(김연경)도 예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는 패장 입장이라 뭐라 말하면 오해를 살까 봐 말을 아꼈다”며 “승리했더라도 말을 아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그 사건 이후 이틀 뒤에는 남자부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13일 KB손해보험 대 OK금융그룹의 경기에서 양 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한동안 코트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KB손해보험 외국인선수인 노우모리 케이타가 경기 중 득점을 올리고 나서 OK금융그룹 선수들을 바라보고 춤을 춘 것이 발단이었다. 배구 경기에서 세리머니를 할 때는 몸을 돌려서 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상대를 보고 세리머니 하는 것은 도발로 받아들여진다.
몸싸움 직전까지 갔던 상황은 양 팀 감독과 스태프들이 나와 뜯어말리면서 큰 불상사 없이 마무리됐다. 경기 후에는 이상렬 KB손해보험 감독이 경기 후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에게 사과했다. 이 사건 역시 심판이 케이타의 도발적인 행동을 사전에 제지했다면 미리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심판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결국 상황이 더 크게 번졌다.
프로스포츠에서 스타 선수들의 화려한 세리머니와 감정 표현은 팬들에게 큰 볼거리가 된다. 하지만 상대 팀과 팬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선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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