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페루 경기서 대통령 홍보 방영…"특정 공무원 홍보 금지규정 위반 소지"
연방정부 산하 국영방송인 TV 브라질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에서 벌어진 브라질-페루 경기를 중계하면서 중간에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내용을 방영했다.
당시 경기에서 TV 브라질은 해설자의 입을 빌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교통·환경 등 분야 정책을 칭찬하는 내용을 내보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공 프로그램에서 특정 공무원에 대한 홍보를 금지한 이른바 헌법의 '비인격화 원칙'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브라질 주요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남부 파라나주 연방대학의 치아구 리마 브레우스 교수(행정법·공공정책학)는 "헌법에 따르면 공익 광고는 교육적이고 정보 가치가 있으며 사회적으로 유익한 내용이어야 한다"면서 "대통령이나 장관과 같은 공무원을 홍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국영 TV 2022 카타르 월드컵 남미예선 중계 |
야권은 권한을 벗어난 부적절한 행정 행위로 규정해 범죄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는가 하면,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탄핵 요청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논란이 예상된다.
브라질에서는 지금까지 최대 방송사인 글로부 TV가 대부분의 국가대표팀 경기를 중계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초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이후 글로부 TV는 비판적인 보도를 계속했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글로부 TV에 대한 견제 수단의 하나로 국영 TV를 대표팀 경기 중계에 이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국영 TV가 축구 경기를 중계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의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부부처럼 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인 지난 2009년 '모두를 위한 축구'라는 명분 아래 정부가 축구 경기 중계권을 사 국영 TV를 통해 중계하는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부부의 정치적 성향이 극우와 좌파로 갈리지만, 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fidelis21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