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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김세영 첫 메이저 우승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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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세영.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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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LPGA 투어 루키 김세영은 놀라웠다. 자신의 두 번째 경기인 퓨어실크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불가능할 것 같던, 덤불에 들어간 공을 쳐 내며 챔피언이 됐다.

미국에서도 김세영은 뭔가 특별한 일을 해내는 선수라는 인상을 줬다.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이 허언이 아님도 다시 보여줬다.

메이저 대회에서도 기회가 있었다. 자신의 첫 LPGA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최종라운드를 3타 차 선두로 출발했다. 그러나 역전의 명수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인지 선두로 출발할 때 오히려 불안한 듯했다. 김세영은 75타를 치면서 공동 4위로 밀렸다. 한 홀에서 4퍼트를 하기도 했다.

그냥 물러날 김세영이 아니었다. 2주 후 열린 롯데 챔피언십에서는 극장 우승을 했다. 패배 눈앞이었는데 18번 홀 칩샷을 넣어 연장전에 갔고, 연장 첫 홀 페어웨이에서 그대로 홀인해 경기를 끝냈다. 당시 상대는 박인비였다.

6월 열린 메이저 대회인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김세영은 박인비에 2타 차 2위로 출발했다. 역전의 여왕에게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폭풍 샷은 나오지 않았다. 김세영은 2위에 그쳤다.

한 달 후 열린 US오픈에서 김세영의 샷감은 가장 좋았다고 한다. 이번이 기회라고 여겼다. 그러나 조직위가 공개하기 전에 캐디가 핀 위치를 사진 찍었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출전정지 징계를 받게 되면서 김이 샜다.

그 해 김세영은 3승을 했고 신인왕이 됐다. 그러나 메이저 대회에서는 일이 꼬였고 그 악연을 풀지 못했다. 2018년 에비앙 2위 등 여러 차례 메이저 우승 기회를 날렸다.

김세영은 LPGA 투어의 간판선수 중 하나다. 12일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직전까지 통산 10승을 했다. 지난해에는 LPGA 투어 사상 최대 상금(15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됐고 통산 상금은 900만 달러(약 103억원)를 넘었다.

메이저 우승컵을 빼면 모든 걸 가졌다. 그러나 골프에서 메이저 우승 숫자는 선수의 업적을 평가하는 가장 큰 기준이 된다. 이런 일화가 있다.

그레그 노먼(호주)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선수 중에도 위대한 선수가 여럿 있다”고 한 적이 있다. 한 기자가 “그 선수 이름을 대보라”고 물었다. 노먼은 한참 생각하더니 “맞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선수 중에도 ‘괜찮은’ 선수가 여럿 있다”고 말을 수정했다.

김세영은 LPGA 메이저 우승 없는 선수 중 최다승 선수였다. 큰 경기에서, 또 수비가 약한 선수라는 뉘앙스가 없지 않았다.

김세영은 불처럼 뜨거운 선수였다. 9회말 역전 만루 홈런을 때리는 강타자 같았다. 그런 김세영이 포지션을 바꿔 냉철하게 승리를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연상됐다.

부담이 큰 메이저 대회에서 김세영은 공격이 아니라 수비로 이겼다. 또한 티잉그라운드가 아니라 그린에서 승리했다. 드라이브샷 거리는 36위(266야드)였지만, 그린 적중시 퍼트 수가 1등(1.66)이었다. 김세영은 퍼트가 잘 될 때 LPGA 투어 파 기준(-31), 타수 기준(257) 최저타 기록 등을 냈다. 72승을 기록한 안니카 소렌스탐도 장타에 퍼트를 더한 후 최고가 됐다.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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