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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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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에서 펑펑 울던 유망주, 브룩스 없는 KIA에 한줄기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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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KIA의 2년차 투수 김현수가 1일 '깜짝 선발'로 나와 호투하면서 브룩스가 빠진 선발 로테이션에 큰 힘이 되어줬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김현수가 역투하는 모습. /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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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롯데 자이언츠의 2년차 투수 김현수(20)는 사이판에 있었다. 이대호가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에 앞서 진행한 사이판 개인 훈련에 정훈과 한동희, 박진형 등과 김현수도 함께했다. 이대호가 체류 비용 대부분을 대는 일종의 ‘미니 캠프’였다.

대선배의 도움을 받아 사이판에서 구슬땀을 흘리던 김현수가 펑펑 눈물을 쏟았다. KIA 소속이던 안치홍이 롯데와 FA 계약을 하며 보상 선수로 지명된 것이다. 김현수가 2019년 롯데에서 남긴 기록은 평균자책점 1.42(6.1이닝 1자책점). 비록 1년이지만, 정들었던 롯데 선배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며 김현수는 하염없이 울었다. 그렇게 김현수는 KIA 유니폼을 입었다.

김현수는 5월 29일 LG전에서 KIA 1군 데뷔전을 치렀다. 8월부터는 주로 불펜 추격조로 나섰다. 8월 4일 LG전에선 0.1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며 1군에서 말소됐다.

8월 18일 확대엔트리를 통해 다시 1군에 등록된 김현수는 19일 LG전에서도 0.1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으로 4실점(3자책)했다. 좀처럼 가능성을 드러내지 못한 시간이었다. 이후에도 몇 차례 더 나왔지만 부진을 탈출하진 못했다. 그의 8월 평균자책점은 무려 21.60이었다.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던 김현수는 에이스 애런 브룩스가 가족 교통사고로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다시 1군에 콜업됐다. 9월 23일 키움전에 3회초부터 롱릴리프로 나와 5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브룩스가 빠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현수를 선발로 전환했다. 1일 키움전은 김현수의 프로 선발 데뷔전이었다. 상대 선발은 최원태.

선발 대결에서 추가 기울었다고 생각한 KIA 팬들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대부분 마음을 비웠다. 하지만 김현수는 예상을 깨고 삼진을 두 개 잡는 등 삼자범퇴로 1회말을 끝냈다. KIA 팬들이 자리를 고쳐 앉았다.

김현수의 호투는 2회에도 이어졌다. 러셀과 변상권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박동원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3회말도 이정후를 2루수 땅볼로 유도하며 무사히 넘어갔다.

김현수는 4회말 김웅빈과 변상권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5회말에도 전병우와 박준태를 삼진으로 잡으며 실점하지 않았다. 김현수는 이날 1·4·5회를 삼자범퇴로 끝내는 눈부신 호투를 선보였다. 안타는 3개만 맞고 삼진은 7개를 잡았다.

직구(44구)를 중심으로 커브(17구)와 슬라이더(9구), 체인지업(2구)를 섞어 던지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성공했다. 특히 삼진 7개 중 5개가 커브로 잡아낸 것일 만큼 커브의 궤적이 날카로웠다.

투구 수는 72개로 더 던질 수도 있었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첫 선발이 주는 피로감을 고려해 6회에 투수를 홍상삼으로 바꿨다. KIA는 구원진들이 호투를 이어가며 3대1로 승리하며 4연승으로 단독 5위에 올랐다. 김현수는 프로 무대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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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가 1일 프로 첫 승 기념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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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브룩스가 가족 일로 미국으로 출국할 때만 해도 KIA의 남은 시즌은 바람에 흔들리는 등불 같았다. 브룩스는 KBO리그 전체 선수 중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 7.09로 가장 높을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에이스였다.

예상대로 브룩스 출국 이후 KIA는 5경기에서 1승4패로 부진했다. ‘가을 야구’도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KIA 선발진들이 분투하며 브룩스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27일 양현종이 롯데를 상대로 7.1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30일엔 가뇽이 키움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리고 이번엔 2년차 김현수가 깜짝 활약으로 팀을 단독 5위에 올려놓았다.

김현수는 이날 경기 후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삼진을 많이 잡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커브에 자신이 있어 도망갈 곳이 없는 상황에선 커브를 던졌다”고 말했다. 원래는 커브가 느렸는데 빠르고 강한 커브를 던지라는 조언에 그립을 바꿨다고 한다.

그는 “양현종 선배가 ‘일단 3이닝만 던진다고 생각하라. 나머지는 보너스 이닝이다. 1, 2점은 준다고 생각하면 한결 편안할 것’이라고 조언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올 시즌 부상자 속출 등 유독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며 마음을 졸이는 타이거즈 팬들이 김현수의 등장으로 오랜 만에 웃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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