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민이 향년 25세로 세상을 떠난 지 3주가 지났다. 유족 측이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구단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여는 시간 현대건설 여자배구단은 공식입장을 내고 즉각 반박했다.
한국배구연맹은 8월4일 당시만 해도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으로 알려진 악성 댓글에 대해 포털사이트에 ‘정서적인 고통 방지를 위한 기능 개선’을 요구하는 등 선수 인권 보호 강화에 나섰다.
故 고유민 사망에 대해 유족과 구단 그리고 연맹 모두 이유는 제각각 다르지만,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고인과 프로배구 코트에서 함께 호흡한 선수들은 조용하다. 고유민의 죽음과 관련한 의혹에 가장 앞장 서 '진상규명'을 요구해야 할 선수들은 뒤로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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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민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지도 3주가 지났다. 유족과 구단, 배구연맹 모두 각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고인과 코트에서 함께 호흡한 선수들은 조용하다. 진상규명과 인권보호라는 대의를 위해 선수들도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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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유민 측과 현대건설의 주장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고유민 유족 측은 ▲감독 이하 코치진의 의도적인 배제 ▲‘앞으로 리베로는 없다’라더니 팀훈련도 없이 투입 ▲자해 시도 동료를 옹호했다가 당한 따돌림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하자 트레이드 약속 어기고 임의탈퇴 공시로 요약된다.
이에 반해 현대건설 측은 ▲고인이 ‘온라인 기사 악성 댓글뿐 아니라 SNS 메시지로 욕설이 쇄도하자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다 삶을 포기 ▲고인이 은퇴의사를 밝혀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하고 임의탈퇴시켰다라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운 지 차후 밝혀지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꽃다운 나이의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등졌다는 것이다. 고유민과 한솥밥을 먹은 팀 동료는 물론이고 V리그에서 뛰고 있는 배구 선수들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른 선수들도 겪을 수 있는 고통이다. 선수 권익 차원에서 접근할 사안이 됐다.
대법원은 2019년 6월19일 프로축구 K리그 계약 논란에 선고를 통해 인권 존중과 차별 없는 팀훈련 제공을 프로스포츠단의 의무라고 봤다. 출전·훈련 기회 박탈을 전력 외 통보나 무단방출을 위해 악용해서 안 된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3년간의 법적 분쟁 끝에 ‘선수뿐 아니라 구단도 계약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있다’라는 판례를 끌어냈다.
여자배구는 날로 인기를 더하며 남자농구와 겨울스포츠 최고를 다툴 정도가 됐다.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이제 ‘인권 보호’라는 정론에 대해서 선수들도 목소리를 내야한다.
유족과 현대건설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잠자코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dhkim@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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