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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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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앞서 있으면 홈런도 치지 마라?’ MLB ‘황당 불문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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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리드한 상황서 만루홈런 치자

다음 타자에게 빈볼 던져 징계

선수 보호·스포츠맨십…

애초 취지 무색 변질


한겨레

샌디에이고의 타티스 주니어(오른쪽)가 18일(한국시각)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텍사스전에서 만루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알링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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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앞서 나간 상황에서 만루홈런을 쳤다는 이유로 빈볼을 던진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른바 야구 경기 때 서로 암묵적으로 지켜야 하는 ‘불문율’을 어겼다는 게 이유인데, 빈볼을 던진 투수와 이를 지시한 팀 감독은 징계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텍사스 레인저스의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에게 1경기, 소속 투수인 이언 기보트에게 3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19일(한국시각) 결정했다.

사연은 이렇다. 텍사스는 전날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3-10으로 뒤진 8회초 1사 만루 때 샌디에이고 타자 페르난도 타니스 주니어에게 만루홈런을 맞았다.

당시 투수였던 후안 니카시오의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연속 3볼을 내준 상황. 타티스 주니어는 가운데로 몰린 4구를 받아쳤고, 이 만루홈런으로 샌디에이고는 14-4로 대승했다.

이 홈런이 문제였다. 크게 앞선 상황에서, 그것도 3볼까지 몰린 투수의 공을 힘껏 받아쳐 홈런을 친 것이 ‘비신사적’인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텍사스는 타티스 주니어의 홈런에 대한 응징을 단행했다. 우드워드 감독은 타티스 주니어를 째려보기도 했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투수 기보트는 샌디에이고의 다음 타자 매니 마차도의 몸쪽으로 공을 던졌다. 고의적인 빈볼이었다. 마차도가 공을 맞지는 않았으나, 사무국은 이 행위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타티스 주니어의 만루홈런과 징계를 둘러싸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비판적 의견을 내고 있다. 스포츠맨십과 상대 선수 보호를 위해 생긴 불문율이 경기력을 훼손할 정도로 과해졌다는 것이다.

신시내티 레즈의 아미르 개릿은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은 규정을 따르고 싶지 않다”고 했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팀 앤더슨은 “이래서 야구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타티스 주니어는 좋은 스윙을 했다. 이 상황에 관해 사과하지 않길 바란다”고 올렸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신시내티의 전설 조니 벤치도 “만루홈런을 엄청난 기록이다. 누구든지 3볼에서 풀스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타티스 주니어를 지지했다. 메이저리그에선 케이비오(KBO)에서 ‘빠던’이라 부르며 팬들이 환호하는 배트 플립도 금기시 돼 있다.

민훈기 〈스포티브이〉 해설위원은 “크게 앞선 상황에서 번트나 도루 등을 자제하는 불문율은 전의를 상실한 상대팀을 배려하려는 전통이다. 하지만 이번 건은 불문율이라고 보기엔 매우 드문 경우다. 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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