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숙현 선수 청문회 / 사진=방규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회=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고(故) 최현숙 선수의 억울함을 풀고 앞으로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개최한 이번 청문회는 '반쪽짜리' '모르쇠' '책임 회피' 등으로 얼룩져 본질이 훼손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2일 국회에서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청문회에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주낙영 경주시장, 김진환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장, 김현수 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장, 박찬영 경주경찰서장, 박석원 대한철인3종협회장, 김하영 경북체육회장 등 최 선수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가혹행위의 핵심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팀닥터 운동처방사 안주현씨, 장윤정 주장 등은 모두 불참했다. 국회에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가운데 김도환 선수만 출석했다.
오후 질의에선 최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 어머니 류 모씨, 동료선수 등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들이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고인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국회차원에서 꼭 숙현이의 억울한 죽음을 끝까지 밝혀달라"며 "앞으로 이 땅에 숙현이처럼 억울하게 당하는 운동선수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최숙현법을 꼭 입법화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또한 피해 선수들은 장 주장의 가혹행위 주도 사실을 잇따라 폭로했다. 한 피해 선수는 "(장 선수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서 선수들을 대했고 자신의 기분이 안 좋으면 선수들을 때리거나 폭행하는 것을 일삼았다"면서 "아직까지 장 선수가 꿈에 나오면 악몽이라고 생각할 만큼 많이 두렵다"고 밝혔다.
가혹행위에 가담했던 한 동료 선수는 장 선수가 가해 사실을 부인하는 데 대해 "어이가 없고 정말 뻔뻔하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그렇게 믿고 따랐던 선배가 부끄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핵심 가해 인물 3인방이 끝내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맹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가장 큰 피해자인 최 선수는 말이 없고, 가해자는 자리에 없으니 주변인들은 "잘 모르겠다. 앞으로 잘 하겠다"식의 김빠지는 답변만 늘어놨다.
청문회 막바지에는 마치 체육계의 현 폐단이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벌어진 것처럼 몰아가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또 가혹행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위중한 줄 몰랐다거나 전임자가 처리하던 일이라 나는 모른다는 식의 빠져나갈 구멍 찾기에 급급했다.
이번 청문회의 본질은 최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줌과 동시에 두번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관련자 엄중처벌과 대안 마련에 있었다. 그러나 이와는 무관한 진흙탕 싸움이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부디 한 명의 선수가 지도자와 선배 선수의 폭언과 폭행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란다.
[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sports@sto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