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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고(故) 최숙현 선수 동료들 최후발언서 "대통령께서 힘좀 써 달라" 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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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故) 최숙현 선수의 부친 최영희씨(앞줄 오른쪽)와 동료들이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개최한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문재인 대통령께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방법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감독과 운동처방사, 선배들의 폭행과 폭언,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철인3종경기 선수 동료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부탁에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들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본회의장에 들어선 게 22일 오후 2시 30분이니 네 시간 가량 ‘높으신 분’들의 대화를 듣고 나서도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최숙현 선수의 전 동료들은 “(최)숙현이의 억울함을 풀어내 주시기를 바란다. 대통령께서 이런 문제에 깊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방법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문체위가 개최한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 청문회’는 체육단체장들의 책임회피와 떠넘기기, 국회의원들의 전문성 결여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장면들이 꽤 많았다. 청문회 막판에는 문경란 전 스포츠혁신위원장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내어주는 촌극까지 연출했다. 마치 체육계 모든 폐단이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을 빨리 받아들이지 않아 개선되지 않은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마저 풍겼다. 스포츠는 엘리트 체육인 등 특정계층이 아닌 국민 전체에게 있다는 문 전위원장의 거듭된 주장에 발언권을 열어준 김승수 의원과 같은 당 의원들까지도 “그만하라”고 호통을 칠 정도였다. 오전에는 경북체육회와 관련한 거의 모든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김응삼 부장에게 이상헌 의원이 사실상 자유발언권을 주는 등 시간 떼우기식 질의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가해 당사자들이 청문회 출석 요구에 불응해 시작 전부터 핵심 증인이 빠진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이 나왔다. 피해자는 말을 할 수 없고, 가해자는 출석하지 않았으니, 주변인들은 ‘모르쇠’와 ‘책임회피’로 일관했다. 가혹행위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위중한줄 몰랐다거나 전임자가 처리하던 일이라 나는 모른다는, 청문회 단골멘트가 이날도 변함없이 터져나왔다.

약관의 어린 나이에 이미 폭행과 폭언, 가혹행위와 왕따 등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받기 시작한 최숙현과 동료들은 어른들의 이런 행태를 가감없이 짧고 굵게 지켜봤다. 국회에서 답을 찾기 어려우니 대통령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웃지 못할 최후 발언이 나온 배경이 아닐까. 최일선에서 피해자와 유족들을 만나 세상 밖으로 이 사실을 꺼내든 이용 의원조차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며 이날 청문회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을 드러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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