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프로골프 KLPGA

[그늘집에서]상식의 KPGA와 몰상식의 KLPGA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KPGA 회원들이 양보와 배려로 분열의 위기를 딛고 재건의 첫 발을 내딛었다. 사진은 15일 열린 KPGA오픈 1라운드 도중 출발에 앞서 인사를 나누는 이창우와 박상현. [사진=K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한국프로골프협회(이하 KPGA)가 회원들의 분열을 막는 빠른 조치로 투어 재건의 첫 발을 내딛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들던 투어이사회의 시드 유예 규정 문제가 양보와 타협으로 원만하게 해결됐기 때문이다.

협회는 최근 투어이사회를 열고 내년 시드 배정 기준을 결정했다. 지난해 시즌 종료 기준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포인트 70위 및 상금순위 70위에게 올시즌 성적에 관계없이 내년 코리안투어 시드를 부여하기로 했다. 퀄리파잉 테스트(QT) 통과자와 해외투어에서 복귀한 선수들은 집단반발했다. 올시즌 우승자나 개인타이틀 수상자는 불이익을 피해갈 수 있지만 대다수는 역전의 기회가 사라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게 됐기 때문이다.

대회 보이콧 등 격앙된 반응은 투어이사회의 구성과 관련이 있었다. 투어이사회 구성원 12명중 8명이 상위 시드권자들이었다. 코로나19로 대회 수가 줄어 들자 기득권을 쥔 상위 시드 선수들이 '집단 이기적' 결정을 한 것. 지난 주 군산CC오픈에서 양쪽 진영의 선수들은 서로를 외면하는 등 분열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투어이사회와 양용은이 이끄는 반대 진영은 대화를 계속했다. 그리고 조금씩 양보했다. 결국 지난 15일 KPGA오픈이 열리는 솔라고CC에서 3시간 가량 긴급 투어이사회가 열렸고 진통 끝에 양쪽을 아우르는 수정안이 나왔다. 수정안의 핵심은 올시즌 잘 치는 선수들이 이득을 보자는 쪽으로 정리됐고 스포츠의 핵심가치인 ‘공정’을 지킬 수 있게 됐다.

KPGA 창립이후 이처럼 이해관계가 맞선 상황에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PGA가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여러 갈등으로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에도 모범이 될 값진 성과다. 어려움 속에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발휘한 KPGA 프로들은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

헤럴드경제

2020년 정기 총회를 마치고 기념 촬영에 나선 김상열 회장(중앙) 등 KLPGA 신임 집행부. [사진=KLPGA]



반면 르네상스를 맞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이하 KLPGA)는 룰을 무시한 비상식적인 결정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비상식을 주도한 협회내 실력자들은 그걸 모른 척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 소리가 없다고 세상이 그릇된 결정을 묵인하는 것은 아니다.

KLPGA투어는 지난 5월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대표이사를 선출했다. 공모과정 끝에 프로 출신인 강춘자, 이영미 공동 대표가 선임됐는데 그 과정이 비정상이다. 이영미 프로는 대표이사 직에 응모하지도 않았고 대표이사를 뽑는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느닷없이 공동 대표에 선임됐다. 협회는 이런 룰을 무시한 반칙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잘 나갈 때는 몸을 낮추고 주변을 살펴야 한다. 공교롭게도 잘 나가던 KLPGA투어에 최근 대회 취소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클래식은 취소를 공표했으며 몇몇 대회의 취소가 추가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직접적인 원인이겠지만 협회의 안하무인식 운영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KPGA의 선택은 돋보인다. 상식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라면 투어 재건의 길이 외로운 가시밭길은 아닐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상식을 원한다. 그 안에는 대회를 후원하는 기업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사고단체’로 눈총받았던 KPGA가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기에 그 노력이 계속된다면 기업인들의 시선도 따뜻해질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