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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골프장비 이원화 부를 디섐보의 ‘바디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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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모기지 클래식 강펀치 우승

근육질 몸매로 엄청난 거리 자랑

코스난이도 조절 아닌 해법 필요

중앙일보

브라이슨 디섐보는 지난 6개월간 근육을 20㎏ 늘렸다. 근육 활성화 기술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하루 1만㎉를 섭취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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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골프선수들은 물 대신 단백질 음료를 마실 것 같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가 6일(한국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골프클럽에서 끝난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최종합계 23언더파로 우승했다. 평범한 우승이 아니었다. 헤비급 복서의 통렬한 KO승 같았다. 선두에 3타 뒤진 채 출발해, 2위를 3타 차로 제쳤다. 디섐보는 577야드(파5)인 17번 홀에서 8번 아이언으로 2온 시키는 등 강펀치를 자랑했다. 4라운드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가 360야드였다.

통산 6승의 디섐보는 “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로 우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개월간 근육만 20㎏을 늘렸다. 근육 활성화 기술(Muscle Activation Technology) 프로그램으로 운동했고, 아침 식사로 계란 4개와 베이컨 5장, 토스트 등 평균 1만㎉의 음식을 먹었다. 단백질 음료도 매일 6개씩 마신다.

그 전부터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로리 매킬로이 등 헬스클럽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장타자가 득세했지만, 디섐보는 한 단계 위였다. 이번 대회에서 디섐보는 드라이버로 다른 선수보다 6.7타를 벌었다. 너무 멀리 치다보니 웨지나 아이언으로 그린을 넘기는 실수도 있었다. 그래도 드라이버와 퍼트가 좋아 문제없었다. 디섐보에게 파 5홀은 파 4홀이었고, 일부 파 4홀은 파 3홀처럼 쳤다. 이번까지 7개 대회 연속 톱10으로 일관성을 보여줬다.

골프의 거리 혁명은, 첫 번째 공과 드라이버 등 장비의 발전, 두 번째 트랙맨 등 과학을 활용한 스윙의 효율화로 이뤄낸 결과다. 변신한 헐크처럼 몸을 바꾼 디섐보는 게임 체인저 같은 3차 거리 혁명의 주역이 될 것 같다. 미국 골프닷컴은 “다른 선수와 현격히 차이가 나는 디섐보의 지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썼다. PGA 투어 동료인 잭 블레어는 “골프의 새 시대를 열 티핑포인트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 골프 선수들은 “감각이 떨어진다”며 근육을 단련하지 않았다. 몸이 커진 디섐보의 우승으로, 그의 실험을 지켜보던 선수들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들 역기를 들고 단백질 음료를 마시면서 지낼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스포츠는 사람과 사람 간 대결이다. 선수가 체격을 키우면 상대도 따라서 몸집을 불린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의 사이즈는 늘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골프는 인간과 코스의 대결이다. 선수가 근육에 집착하면, 골프장 코스도 커져야 한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코스 전장이 지나치게 길면 라운드 시간이 길어진다. 관리 비용도 증가한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야 가능한데, 그러면 사람들과 멀어질 수도 있다.

특히 오래된 명문 골프장은 무용지물이 된다. 디섐보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 골프장에는 벙커들이 290야드 부근에 있는데, 나는 그걸 넘겨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설계자인 도널드 로스에게 미안하지만, 세상은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디섐보의 펀치는 너무도 강력해 골프 코스가 더는 버틸 수 없다. 각국 골프협회에서 주장하던 프로용과 아마추어용의 장비 이원화가 힘을 받을 것이다. 공의 탄성을 두 가지로 하든, 야구 방망이처럼, 드라이버를 나무(프로)와 금속(아마추어) 두 가지로 하든.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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