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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한국서 발묶인 우간다 배구 선수 "고향 가서 결혼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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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과 재계약한 다우디, 코로나로 15개월째 고국 못가

조선일보

다우디가 지난 1월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경기 후 여자 친구에게 청혼하는 모습. /현대캐피탈


최근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재계약한 우간다 출신 다우디 오켈로(25)는 약 1만km 떨어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있는 여자친구 산드라 란지리(29)와 함께 원격 결혼 준비 중이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지난 3일 휴대전화를 이용한 화상회의 앱을 통해 6~8월 결혼하는 45명의 신랑·신부와 함께 성경 공부를 하면서 결혼 생활에 대한 강론을 들었다.

지난 3일 충남 아산시 숙소에서 만난 다우디는 "결혼을 앞둔 우간다 가톨릭 신자들이 원래 성당에 모여 하는 의식인데, 코로나 때문에 종교 시설이 폐쇄돼 화상회의로 하고 있다"며 "출석 체크를 하고, 중간에 질문도 하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했다. 2시간 내외로 진행되는 이 모임은 3일이 네 번째였고, 아직 한 차례 더 남았다.

◇결혼 계획 세우고도 못 가

다우디는 여자친구가 한 달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지난 1월 홈경기를 펼친 체육관에서 공개 청혼을 해 승낙받았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 확산으로 리그가 3월 23일 조기 종료된 바로 그다음 날 우간다 정부가 국경을 봉쇄하는 바람에 발이 묶였다. 같은 신세이던 대한항공의 안드레스 비예나(27)가 지난달 20일 스페인으로 돌아가면서, 다우디는 지난 시즌 뛴 남녀 배구 외국인 선수 중 유일하게 한국에 남아 있다.

"7월 10·18일 전통 혼례, 8월 8일 성당 혼인 미사까지 결혼 계획은 이미 다 세워놨어요. 미사 후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빅토리아호 인근의 한 리조트에서 피로연까지 예약했어요. 300명 규모에 예약 비용도 1000만원이 넘어요. 한국에서 찾을 하객을 위해 사파리 관광도 할 수 있도록 했죠. 워낙 경치가 좋고 인기가 많아 지난 1월에 예약했어요. 환불도 안 된다고 하네요. 빨리 국경 봉쇄가 풀려야 고향에 가서 결혼식을 할 텐데요."

조선일보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재계약한 다우디 오켈로(25)가 지난 3일 충남 아산시 한 아파트에서 시추 강아지 ‘키미’와 함께 산책하는 모습. 그는 작년 11월 현대캐피탈에 오기 전 터키 리그에서 키미를 입양해 타향살이를 함께하고 있다. 결혼을 앞둔 그는 고국 우간다의 국경 봉쇄로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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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심초사하던 다우디는 최근 우간다 정부가 해외 거주 자국민의 전세기 이용 입국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 우간다 대사관이 없어서 주일본 대사관 등을 통해 귀국 방법을 찾는 중"이라며 "UN(국제연합) 구호 물품을 실은 비행기 이용이 가능한지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터키 리그 시절까지 합치면 1년 3개월째 우간다 땅을 밟지 못하고 있어요. 결혼도 문제지만, 평소 고혈압을 앓던 아버지가 3주 전부터 많이 편찮으신 게 더 걱정이에요. 빨리 아버지를 보고 싶어요."

◇코로나 걱정돼 쳇바퀴 생활

다우디는 한국에 머물던 지난 2개월 동안 집과 훈련장만 오가는 쳇바퀴 같은 생활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 천안에 있는 팀 훈련장에서 체력 훈련을 한 뒤 집에 돌아와 밥을 해 먹는다. 이후 여자친구와 화상통화를 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 귀국하는 데 영향을 줄까 봐 외식이나 여행은 엄두도 못 낸다. 그의 타향살이 외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동반자는 2019년 터키 리그 시절부터 함께한 시추 강아지 '키미'다.

"우간다가 많이 그립고 정신적으로 쉬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답답해요. 그래도 함께 산책하고 장난치면서 키미한테 많은 위로를 받아요. 힘들어도 성장을 위한 시간이라 생각하며 버텨야죠."

그는 코로나 때문에 우간다 내 동양인에 대한 반감이 커진 지난달엔 우간다 현지 방송에 출연, "한국은 코로나로부터 안전하며, 잘 지내고 있다"며 홍보대사 역할을 맡기도 했다. 주우간다 한국대사관의 신정옥 서기관은 "방송 이후 현지 매체들이 대사관에 우간다 배구 선수가 한국에서 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국에서 다우디 귀국을 도와줄 수 있는지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산=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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