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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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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는 재개 하는데...MLB 노사 합의, 왜 꼬이나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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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1, 2차 세계대전 중에도 열렸던 메이저리그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지만, 더 큰 문제는 '돈'이다. '바이러스'가 아닌 '돈' 때문에 시즌이 열리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4일(한국시간) '디 어슬레틱' 'ESPN' 등 현지 언론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선수노조가 제안한 114경기 시즌 진행 제안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노사는 급여 추가 삭감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7월초 시즌 개막이 목표인데 아직까지 합의 소식이 없다.

다른 종목들과 대조된 모습이다. 같은 날 NBA는 시즌 재개 계획을 구체화했다.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권에 포함된 22개 팀이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모여 '격리 시즌'을 치른다. 다른 종목도 재개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프로축구(MLS)도 노사 협약 수정에 합의하며 시즌 재개의 길을 열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앞서 24개 팀이 두 도시에 나눠 모여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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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메이저리그는 열릴 수 있을까? 사진=ⓒAFPBBNews = News1


야구는 미국 4대 프로스포츠 종목중 가장 오래 노사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종목이다. 최근 조금 으르렁거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시즌의 명운을 걸고 다투던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던 야구가 다른 종목들은 합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줄다리기를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이유는 메이저리그가 직면한 고민이 NBA, NHL이 해결해야 할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6월 1일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을 통해 보도된 칼럼을 옮겨와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 중단 시기

가장 큰 문제는 리그가 언제 중단됐느냐다. NBA와 NHL은 정규 시즌이 거의 다 치러지고 포스트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시즌이 중단됐다. 정규시즌이 얼마나 치러졌냐면 남은 시즌을 포기하고 플레이오프에 집중하자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만큼 충분히 치러졌다. 결국 두 리그는 전구단이 아닌 플레이오프 진출권에 올라와 있었던 구단들만 시즌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야구는 얘기가 다르다. 각 구단들이 스프링캠프를 하던 도중 시즌이 중단됐다. 농구, 아이스하키와 달리 시즌 전체를 준비해야한다. 논의의 판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다.

농구나 아이스하키는 또한 실내 종목이다.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야외 스포츠에 비해 더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기후나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야구는 정규시즌만 6개월간 진행되고 날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정과 관련된 논의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을 가리기 위해 의미 있는 수준의 정규시즌을 치러야 하고 날씨의 제한을 받는다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도 날씨가 따뜻한 지역, 혹은 개폐식 지붕이 있는 구장에서 12월까지 시즌을 치르자는 논의가 나왔었다. 그러나 이는 구단주들이 코로나19의 2차 확산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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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시즌이 거의 끝나가던 시기 시즌이 중단된 NBA NHL과 달리 메이저리그는 시즌 개막 직전 중단됐다. 사진은 지난해 토론토의 홈 개막전 모습. 사진=ⓒAFPBBNews = News1


▲ 경제 구조

메이저리그의 경제 구조는 NBA, NHL의 그것과 다르다. NBA와 NHL은 샐러리캡이 있다. 메이저리그는 샐러리캡대신 사치세 한도가 있다. 이 한도를 넘기면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상한선의 역할을 하지만, 샐러리캡과는 다른 개념이다.

샐러리캡은 곧 리그의 수익 문제와 직결된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리그 수입이 갑작스럽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선수들에 대한 보상 문제를 대처하기가 더 쉬워진다. 물론 샐러리캡은 직전 시즌 수입에 기반해 정해지기 때문에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리그의 노사는 이같은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더 쉬워진다. NHL과 NBA 모두 노사 협약에 불가항력 조항이 포함돼 있었고 이에 따라 급여 삭감에 쉽게 합의했다. 대신 예상보다 손실액이 적을 경우 추후에 돈을 받을 예정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들의 급여는 구단들이 받는 수익과 직결되지 않는다. 구단간에는 어느 정도 수익을 공유하지만, 선수들과 공유하는 구조는 아니다. ESPN은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에 이에 대한 오랜 시간 축적된 이념적인 혐오감이 있다고 소개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수익 공유를 공식적으로 제안하지 않았음에도 선수노조가 극렬한 반대를 보인 것만 봐도 그 혐오감이 어느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이런 구조는 지금과 같이 갑작스럽게 수익이 감소된 상황에서 어렵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 경쟁의 특성

NHL은 1979-80시즌부터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16개 팀으로 늘렸다. 21개 팀 중에 16팀이 플레이오프에 갔다. 이런 구조를 경험한 리그이기에 31개 팀 중에 24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른다고 해서 큰 반발이 있는 것은 아니다.

NBA는 플레이오프에서 이변이 적다. 7전 4선승 시리즈이면 전력이 나은 팀이 그보다 못한 팀을 이길 확률이 굉장히 높다.

두 종목은 이같은 특성 덕분에 중단된 나머지 정규시즌 일정을 포기하고 확장된 플레이오프를 치른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야구는 다르다. 최고의 팀을 가리기 위해서는 충분한 경기를 치러야한다. 리그 사무국이 선수들의 급여 추가 삭감을 막을 수 있는 시나리오로 생각중인 50게임 시즌이 비난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2020시즌이 50경기로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가린다면, 이를 인정해줄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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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는 구단별로 중계권 수익의 차이가 크고, 입장 수익에 의존하는 구단들이 많다. 무관중 경기는 이들에게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사진=ⓒAFPBBNews = News1


▲ 수입원

메이저리그는 정상적인 시즌을 하면 구단마다 81번의 홈경기를 치른다. 전체 수익의 40%에 해당하는 관중 입장 수익이 여기서 나온다. NBA, NHL보다 경기 수가 많고, 평균 관중 수도 많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2만 8198명이 입장했고 NBA는 중단되기 전까지 평균 1만 7188명, NHL은 1만 7380명이 입장했다.

입장권 평균 가격은 메이저리그가 더 저렴하지만, 관중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종목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있다. 관중들이 내는 입장료 가격, 먹고 마시는데 지불하는 돈, 차를 주차하고 내는 주차비 등에서 의존하는 비중이 큰 것이다.

여기에 NHL은 정규시즌의 85%, NBA는 79%를 소화한 반면, 메이저리그는 한 경기도 열지 못했다. 경기를 열더라도 무관중으로 치러야한다. 입장 수익에 대한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노사 갈등의 가장 큰 문제는 '급여 추가 삭감'이고, 이것의 원인은 '관중 입장 수익의 증발'이다. 구단주들은 관중 입장 수익이 없어진 상황에서 추가 삭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수노조는 추가 삭감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수입원인 중계권료도 문제다. 여기에 이제 시즌을 시작하기에 구단별 지역 중계권료를 생각하면 충분한 경기를 치러야한다. 이제 플레이오프 걱정만 하면 되는 NBA, NHL과는 사정이 다른 것.

▲ 선수 수급

MLB는 2019시즌 구단별로 평균 55명의 선수를 기용했다. 선수 이동이 많다. 자주 마이너리그에서 선수를 수급받아야한다. 앞서 나온 얘기의 반복이지만, 당장 다음 시즌 걱정은 미뤄둬도 괜찮은 NBA, NHL과 질적으로 다른 고민을 해야한다.

특히 이번 시즌은 아무리 단축 시즌이라 하더라도 평소보다 많은 선수들이 필요하다. 선발 투수들은 빌드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시즌 개막을 맞이할 것이고, 혹시 선수들 중에 코로나19 확진자라도 나오면 대체할 선수가 필요하다. 시즌 출전을 거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2020년 마이너리그는 공식 발표는 없지만,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제대로 된 선수 수급이 어려운 상태. 메이저리그는 로스터를 30인 로스터로 확장하고 20명의 택시 스쿼드를 별도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 많은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이동시킬지를 고민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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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1월 메이저리그 노사 협약 합의 기자회견에서 선수 대표로 나온 앤드류 밀러(좌)와 버드 셀릭 당시 커미셔너(우)가 악수하는 모습. 메이저리그 노사는 이번 협상을 사실상 다음 노사 협약 협상의 전초전으로 여기고 날선 대립을 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 노사 협약

노사 협약의 만기 타이밍도 애매하다. NBA는 2023-24시즌까지 유효하다. 1년 먼저 옵트 아웃이 가능하다. NHL은 2021-22시즌까지다. 지난 가을부터 노사가 새로운 협약 논의에 들어갔다.

메이저리그의 노사 협약은 2021시즌 이후 만기다.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 노사 대화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노조는 노조대로, 구단주들은 구단주대로 불만이 있다. 노조는 지난 노사 협약에서 바가지를 썼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선수들의 복지 개선에 너무 신경쓰다가 돈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당시 메이저리그 노사는 사치세 상한선 인상은 얼마 하지 않고 사치세 위반에 대한 징계만 강화시켰고, 그 결과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한동안 혹한기를 맞이했다. 선수노조가 이번에 더 강경하게 맞서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단주들은 선수들이 규정 변화 등에 대해 비협조적인 것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다.

NBA와 NHL이 일단 현재 팬데믹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책과 포스트-팬대믹 시대에 대한 계획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는 것과 달리, 메이저리그 노사는 현재 협상을 사실상 차기 노사 협약의 '전초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 대중의 인식

스타 선수들 위주로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NBA나 다른 종목들에 비해 인기는 떨어지지만 지역 팬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NHL과 달리, 메이저리그는 쇠락하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다. 메이저리그가 꾸준히 규정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SPN은 이같은 요소가 메이저리그의 노사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이저리그가 뭔가 실수를 했을 때 다른 스포츠보다 더 많은 비난을 받게된다는 것. 여기에 덧붙여 메이저리그가 지난해 마이너리그 규모를 축소하며 40개 이상의 팀을 없애려고 한 것도 팬들의 동정심을 뺏어갔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최악의 타이밍에 최악의 상황이 터졌다. 가뜩이나 팬들의 지지를 얻기 힘든 이 상황, 서로 힘을 합쳐도 살아나갈 방법을 찾기가 어려운 이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노사는 '시즌 재개'가 아닌 '돈 문제'로 날을 세우며 무덤을 파고 있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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