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PGA 신인상을 받은 이정은6.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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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에는 전환점이 있고, 선택의 갈림길이 있다. 눈 앞에 보이는 넓고 안전하며 쭉 뻗은 길을 택할지, 아니면 결말을 예측하기 어려운 좁고 울퉁불퉁하며 굽이친 길을 선택할지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지난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신인왕에 올랐던 이정은6(24)이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다. L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정은의 에세이에선 골퍼로서 키워온 꿈과 과정, 그 속에서 배운 교훈과 생각 등이 솔직하게 담겨져 있었다.
'아직 남은 나의 길'이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이정은은 트럭 운전을 하다 사고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를 입은 아버지 이정호 씨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정은은 "
아버지는 자기 연민에 빠져 있을 수도, 인생을 포기하셨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새로운 환경에 대해 배우고 적응하며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셨다"면서 "그 결정은 아버지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 모습은 내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고교 시절 부모님과 함께 한 이정은6(왼쪽). [사진 LPGA 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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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은 인생에서 첫 번째 갈림길로 17세 때 학교와 골프를 병행할 수 있는 골프 아카데미 기숙사에 들어오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라고 적었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계신 아버지로부터 멀리 떨어지기 싫었다. 사실, 나는 좀 무서웠다. 걱정이 많았다"면서 "두렵긴 했지만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전환점이었다.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순천에서 벗어나 부모님으로부터 떨어져 새로운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공부와 훈련을 할 수 있을 만큼 단련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전보다 골프 실력도 훨씬 좋아졌다"고 밝혔다.
미국 진출을 고민하던 상황도 또 한번 인생에서 선택을 해야 했던 갈림길이었다고 밝혔다. 이정은은 "2018년에는 KLPGA에서 2승을 했고 또 다시 상금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내 인생의 또 다른 갈림길과 마주했다"면서 "어린 시절에 내가 더 일찍 고생스럽고 불확실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LPGA에서 뛸 수 있었을까. 아마도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거나 올해의 신인상을 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돌아봤다.
이정은은 꾸준히 배우고 있는 영어에 대한 얘기도 털어놨다. 그는 "지금도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편하지 않다. 신인 때 영어 실력 때문에 기자들에게 미안했다"며 "신인상 수상 연설 때는 3개월 동안 연설문 연습을 했다. 연설을 마친 후 큰 박수를 받았는데 눈물이 날 만큼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올해 내 영어 실력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쉽거나 편하진 않았다. 하지만 가치있는 길은 늘 그렇다. 이제 24살 밖에 되지 않은 내가 오래 전에 배운 교훈"이라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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