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고 티샷…눈매는 살아있네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14일 개막한 제42회 KLPGA 챔피언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단된 전 세계 주요 골프투어에서 처음으로 열린 대회다. 최예림(왼쪽 사진)과 조아연이 티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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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관왕 최혜진 ‘무난한 출발’
우승후보 꼽히던 해외파들은 부진
배선우·김자영2·현세린 공동선두
지난해 대상과 상금왕 등 6관왕을 휩쓸었던 최혜진(21·롯데)은 아이언샷이 천하일품이다.
지난 시즌 기록한 그린적중률 82.6309%는 이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최혜진은 2018시즌에도 81.2024%로 1위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최혜진이 14일 개막한 제42회 KLPGA 챔피언십에서 무난하게 출발했다. 장기인 아이언이 또 한번 불을 뿜었지만 퍼트감이 아쉬웠다. 최혜진은 이날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 산길(OUT) 숲길(IN) 코스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더블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3언더파 69타를 친 최혜진은 공동 7위에 자리했다.
파5 1번홀에서 세번째 샷을 1.6m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잡아낸 최혜진은 파4 6번홀에선 투퍼트 하기도 어려운 위치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홀까지의 거리가 12m로 멀었고, 2단 그린 밑이어서 쉽지 않은 퍼트였지만 볼은 완벽한 스피드로 홀에 떨어졌다. 468m 길이의 파5 7번홀에선 우드로 투온에 성공한 뒤 2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단숨에 두 타를 줄였다. 최혜진은 8번홀에서도 두번째 샷이 깃대를 맞는 등 절정의 아이언샷 감으로 매 홀 버디 기회를 잡았지만 퍼트가 떨어지지 않았다. 8번홀에선 4.3m 버디 퍼팅이, 11번홀에선 3.6m 버디 퍼팅이 홀을 외면했고, 14번홀에선 2.8m 거리의 버디 퍼트마저 놓쳤다. 최악의 위기는 파5 15번홀에서 찾아왔다. 세번째 샷을 7.6m에 붙여 또 한번 버디 기회를 잡았지만 어이없이 4퍼트를 하며 두 타를 잃고 말았다. 최혜진은 “라이랑 거리를 너무 맞춰 치려고 하다 보니까 실수가 나왔고, 급한 마음에 치다 실수를 하며 아쉬운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혜진은 16번홀에서 3m 버디를 잡아내 한 타를 만회했다.
우승후보들이 주춤한 가운데 배선우(26·다이와랜드)와 김자영2(29·SK네트웍스), 신인 현세린(19·대방건설)이 나란히 5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선두로 나섰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배선우는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냈다. 배선우는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클럽을 잡은 지 오늘로 6일밖에 되지 않는다”며 “3일만 연습을 안 해도 감이 떨어지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좋았다”고 말했다.
버디 7개에 보기 2개를 친 김자영2는 “플레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끌고 갔고, 빠른 그린 스피드에 잘 적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인왕 조아연(20·팀볼빅)은 4타를 줄여 공동 4위 선두권에 포진했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해외파들은 부진했다. 김효주(25·롯데)가 이븐파 공동 38위, 박성현(27·솔레어)과 이정은6(24·대방건설)는 1오버파 공동 59위로 밀렸고, 김세영(27·미래에셋)과 안선주(33·모스버거), 이보미(32·노부타그룹)는 2오버파 공동 83위에 그쳤다. 박성현은 “힘들고 답답했지만 16번홀에서 단비 같은 버디가 나와서 마음이 좀 풀렸다”고 말했다.
팔꿈치 인사 이정은6(왼쪽)가 14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박채윤과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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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니까 살아나는 느낌…다시 숨 쉴 수 있을 것 같아”
완벽한 버디 찬스에도 적막한 그린
짜릿함은 덜해도 뜻깊은 ‘스타트’
파5 7번홀. 91m 부근에서 날린 김효주(25·롯데)의 세 번째 샷이 그린 경사를 타고 흐르더니 홀 40㎝에 붙었다. 완벽한 버디 기회. 예전 같았으면 그린 주변에 있던 갤러리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을 멋진 샷이었지만 조용했다. 저릿한 고요만이 무심한 공간을 지키고 있었다. 환호성은 더 이상 굿샷과 나쁜 샷의 바로미터가 아니다.
배선우(26·다이와랜드)는 “그린엔 올라갔는지, 홀엔 붙었는지 아무것도 모르니까 좀 어색했다”고 말했다.
선수들과 호흡을 함께하는 갤러리는 없었지만 제42회 KLPGA 챔피언십은 실전이다. 자선경기도 아니고, 연습 라운드도 아니고, 주말 골퍼들의 라운드도 아니다. 30억원의 상금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진짜 프로 대회다. 그것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아니 코로나19가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프로 대회다.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는 탓에 프로 대회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스윙, 완벽한 숏게임, 정교한 퍼팅, 영리한 코스 운영,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멘털, 최고 선수들이 벌이는 숨 막히는 경쟁 같은 짜릿함은 일정 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정은6(24·대방건설)는 파5 1번홀에서 90m 지점에서 친 세 번째 샷을 그린 앞 벙커에 빠뜨렸다. 벙커에서 친 4번째 샷은 반대쪽 그린을 넘어갔고, 퍼터로 친 5번째 샷마저 홀을 한참 지나쳐 그린을 벗어날 뻔했다. 결국 첫 홀을 더블보기로 마쳤다. 떨어진 실전 감각은 그렇게 매서웠다.
그래도 이정은6는 파4 6번홀에서 예상 못했던 10m 먼거리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궜다. 이런 반전의 샷을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메이저대회다움을 지키기 위해 코스 곳곳에 설치된 함정들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간 선수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어떤 이는 환호하고, 어떤 이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살아 있는 골프가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다. 배선우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다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대회를 뛰니까 살아나는 느낌이다.” 어디 배선우뿐이랴.
코로나19가 골프 세상을 멈춰 세웠지만 오늘부턴 아니다. 격렬하고, 거센 인간의 반격이 개시됐음을 KLPGA가 전 세계에 선언했다.
양주 |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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