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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맨시티의 유럽대항전 진출권 박탈 징계, EPL 흐름 바꾸는 폭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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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 AP연합뉴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중위권 구단에 불과했던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는 이제 세계 최고의 구단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08년 아랍에미리트 왕자 셰이크 만수르가 구단을 인수한 뒤 구단주의 대대적 지원 속에 전력보강을 해 2010~2011시즌과 2013~2014시즌 우승을 거머쥔 덕분이다. 여기에 2016년 FC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을 거친 세계적인 명장 펩 과르디올라를 영입한 뒤 더 많은 선수들을 보강해 2017~2018시즌과 2018~2019시즌 2연패를 추가로 해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단골 우승후보로도 올라섰다.

탄탄대로를 걷던 맨시티가 거대한 암초에 부딪혔다.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위반으로 향후 두 시즌(2020~2021시즌·2021~2022시즌) 동안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클럽대항전 출전이 금지되는 초대형 징계를 받은 것. UEFA는 지난 15일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맨시티가 제출한 2012~2016년 계좌 내역과 손익분기 정보에서 스폰서십 수입이 부풀려졌다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모든 증거를 검토한 결과 맨시티가 UEFA 클럽 라이선싱과 FFP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FFP는 구단이 벌어들인 돈 이상으로 과도한 돈을 선수 영입 등에 지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으로 2018년 11월 ‘풋볼리크스’는 구단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맨시티가 FFP 규정을 피해가기 위해서 후원 계약을 실제보다 부풀려서 신고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만수르 구단주의 개인 재산을 구단 선수 영입에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해 구단 회계를 조작했다는 것. UEFA는 지난해 3월부터 이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고, 결국 이날 징계가 확정됐다. 맨시티는 추가로 3000만유로(약 385억원)의 벌금도 부과받았다.

UEFA의 결정에 대해 맨시티는 곧바로 반발하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 항소를 결정했다. 16일 현지 매체 ‘더 선’의 보도에 의하면 맨시티는 이 항소를 위해 3000만파운드(약 460억원)의 비용을 들여 50명의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차기 시즌 리그 및 UCL 일정 확정을 위해 CAS가 가능한 빠르게 항소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결정이 민사 법정에서의 다툼 등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징계 확정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항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도 향후 유럽축구계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징계가 현행대로 확정되면 이번 시즌 EPL이 폭풍속으로 빠져든다. 리그 2위인 맨시티가 차기 시즌 UCL에 출전할 수 없게 돼 5위까지 출전 티켓이 주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5위 셰필드(승점 39), 6위 토트넘(승점 37)을 비롯해 10위 번리(승점34)까지 무려 6팀이 ‘꿈의 무대’ 출전에 도전해볼 수 있게 된다.

EPL 정상급 팀으로 자리잡은 맨시티의 붕괴 가능성도 거론된다. 징계가 확정되면 과르디올라 감독과 라힘 스털링(26), 세르히오 아궤로(32) 등 핵심 선수들이 UCL 출전 기회를 찾아 타 팀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영국축구협회가 추가로 승점 삭감, 리그 강등 등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유럽축구계 문화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 많았던 FFP에 초대형 징계가 적용되며 2000년대 이후 세계 축구계에 절대적 영향력을 끼쳤던 중동자금 등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게 됐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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