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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지방체육의 정치화 고리…체육시설물의 사적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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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한국 체육의 정치화는 문제가 많다. 신념과 가치에 따른 사회적 현상이 아니라 양측이 서로 주고 받는 거래관계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체육을 선거 수단으로 활용하고 체육은 그 대가로 이권을 챙기는 게 양측의 거래구조다. 신념과 철학에 바탕을 둔 체육의 정치화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주는 정치적 선택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체육의 정치화가 구현되는 방식은 중앙과 지방이 사뭇 다르다. 중앙무대에선 정치적 권력이 톱 다운 방식으로 체육에 개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할 체육정책이 정치적 입김에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등 최근 벌어진 일련의 체육정책이 모두 그러한 방식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졌다. 지방에서 벌어지는 체육의 정치화는 썩어빠진 체육 적폐들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줄을 대면서 벌어진다는 게 눈여겨볼 대목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은 철저하게 이권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게 특징이다. 자신의 사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당선이 유리한 정치인들과 손을 잡고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게 이들의 생존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어떤 이익을 취할 수 있을까. 도움을 준 정치인들로부터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어떤 이익을 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해답은 바로 체육시설에 있다. 공공의 체육시설을 위탁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면 그건 국가적 차원에서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로서도 엄청난 손실이다. 한국 체육은 광역 체육단체인 17개 시·도 체육회와 함께 기초 체육단체인 228개의 시·군·구체육회가 거미줄처럼 구축돼 있다. 사실상 한국 사회에서 가장 촘촘한 조직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공익이 아닌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한국의 공적 시스템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광역 체육단체는 나름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드러내놓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가 힘들지만 228개의 시·군·구체육회는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냉정한 진단이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한국에서 가장 부족하면서 그리고 수익성이 가장 높은 체육시설은 단연 야구장이다. 주말에 야구장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서 주말만 쓸 수 있는 야구장을 빌리려면 연간 7000만원~1억원의 거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야구장을 무상으로 쓰는 건 리그 운영자의 입장에선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시·군·구 체육회 야구-소프트볼협회장을 맡으면서 해당 지자체장 선거에 도움을 주고 그 지역의 공공시설물인 야구장을 위탁 관리하게 되면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을 펼칠 수 있다. 야구장 위탁 관리권을 따낸 이들이 200여개팀이 참여하는 사회인리그를 운영한다면 대략 한해에 3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게 바로 지방체육에서 횡행하는,체육시설을 매개로 한 체육과 정치의 불편한 공생관계의 민낯이다.

문화체육관광부,대한체육회,그리고 종목단체 등 한국 체육행정의 주체들은 이번 기회에 체육시설물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 과연 체육시설물 대관 등 운영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운영에 있어서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돼 있는지, 그리고 수익사업을 눈으로 확인했다면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는지, 이 세가지 문제점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지방 체육과 정치의 불편한 공생관계가 체육시설물의 사유화에서 비롯되고 있음은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체육행정의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종목단체만 애써 모른 척 할 뿐이다. 그 불편한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면 체육 개혁은 또다시 미뤄질 수밖에 없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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